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6일 혹한 속에서 사흘째 장외 노숙투쟁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만 부산, 서울, 김해, 부산, 전주를 옮겨가며 5개의 규탄 행사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천막농성장에서 4시간여 '토막잠'을 자고, 이동하는 차에서 3,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15일 저녁 부산에 도착한 손 대표는 16일 새벽 1시까지 부산역 광장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예산안 처리의 부당성을 알리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잠시 눈을 붙이러 들어간 천막 농성장에서는 새벽 3시경 전기장판 전원이 꺼지는 바람에 또 다시 추위와 싸워야 했다. 부산 출신의 김영춘 최고위원이 그런 손 대표를 곁에서 지켰다.
새벽 5시30분, 손 대표는 다시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구제역 대책 보고를 듣기 위해서다. 한 측근은 "정부가 구제역 확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을 제1야당 대표가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장외투쟁 중 상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낮 12시 김해공항에 내린 손 대표는 곧바로 경남 김해 상동 4대강 공사 현장을 찾아 정부의 공사 강행을 규탄했다. 또 야4당이 부산역광장에서 공동 개최한 '이명박 독재 심판 결의대회'에서는 "제가 오죽하면 칼바람이 부는데 천막에서 자겠느냐"며 "제 몸을 혹사하더라도 예산안 날치기를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범어사 화재현장에 들렀다가 오후 6시40분쯤 다음 규탄대회 일정이 잡힌 전북으로 이동한 손 대표는 밤늦게 전주에서 다시 서명운동을 벌였다.
한편 민주당은 예산안 후속 공세도 멈추지 않았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예산을 날치기하며 기초노령연금법, 장애인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등을 위반했고 사회적 약자 관련 예산 3,800억원이 떨어져 나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책위는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70%인 387만명에게 월 9만원씩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예산 파동으로 법정소요예산 대비 611억원이 부족해 8만명이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장애인연금 산정기준 변화 등에 따라 475억원을 추가 확보했어야 하는데 이를 어겼고, 중증장애인 32만7,000명이 받는 혜택이 줄게 됐다고 공격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부산=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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