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몰아치는 요즘 뜨끈한 국물만큼 추위를 녹여주는 것은 없으리라. 얼큰한 국물, 담백한 국물 등 우리의 입맛 속에는 다양한 국물맛이 각인돼 있다. 한식 일식 중식의 주방장들로부터 겨울철 제맛인 국물요리 비법을 알아본다.
깔끔한 국물 - 다시마 복국
감칠맛 나는 국물맛을 내는 데에 꼭 많은 재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로지 다시마만을 우려낸 국물에 단순한 재료로 담백한 국물을 만들 수 있다. 일본 전통요리 가이세키의 명인 미나미 하마 셰프(플라자호텔 무라사키)는 소금간조차 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복국을 끓인다. 흔히 생선탕에서 볼 수 있는 무, 미나리 등도 넣지 않는다. “무를 넣을 거면 뭐 하러 다시마 육수를 내느냐”며 펄쩍 뛰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국물맛이 혀에 착 감긴다. 미나미 셰프는 “다시마 육수의 감칠맛이 복어의 맛을 살려준다”며 “한국인 입맛에는 밍밍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일본에선 즐겨 먹는 정통 일본식”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질 좋은 다시마를 써야 한다는 점. 미나미 셰프는 일본에서 최고로 꼽히는 북해도산 다시마를 권하는데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자란 두꺼운 다시마여서 맛이 제대로 우러나온다”고 말한다. 찬물에 말린 다시마(1인분 기준 길이 12㎝ 정도)를 넣고 중불에서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다시마는 그냥 담가두어서 맛이 우러나도록 한다. 질이 낮은 다시마는 좀더 많이 넣어야 맛이 난다.
복어는 손질된 것을 사서 먹기 좋게 자르고, 배추 표고버섯 대파 쑥갓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복어 대신 대구, 도미, 쥐치, 북해도산 홍살치 등을 같은 조리법으로 끓여도 좋다고 미나미 셰프는 덧붙인다. 여기에 다시마육수를 넣고 역시 중불에서 15분 정도 끓여서 거품이 일기 시작하면 불을 끄면 된다.
국물은 싱거운 듯해도 담백한 맛을 음미하며 먹고, 복어와 야채는 설탕과 유자즙을 넣은 간장소스에 찍어먹으면 제맛이다. 간장소스를 제대로 만들려면 일본산 코이쿠치간장에 미림 다시마 가쓰오부시 유자즙을 넣고 한달 동안 숙성시킨 뒤 걸러내면 된다.
든든한 국물 - 묵은지 갈비탕
갈비요리로 유명한 쉐라톤워커힐 명월관에서 묵은지 갈비탕을 개발한 것은 “해장용으로 얼큰한 갈비탕 좀 없느냐”는 단골 손님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1년 넘은 묵은지를 넣은 갈비탕 메뉴가 등장했다. 함흥식 부조리장은 “생김치는 배추의 단내가 나기 때문에 시큼한 묵은지로 개운한 맛을 냈다”고 설명한다. 단 묵은지도 오래 끓이면 국물맛이 콤콤해지기 때문에 탕이 끓으면 맨 마지막에 넣고 불을 꺼서 남은 뚝배기열로 살짝 익힌다. 이렇게 고명처럼 먹으면 고기국물에 새콤한 개운함을 더할 수 있다.
갈비탕 국물을 맛있게 우리는 데에도 자잘한 요령이 필요하다. 명월관에서도 15년 동안 탕만 전문으로 끓인 주방장이 따로 있을 정도다. 먼저 마구리뼈(갈비의 양끝에 붙은 살 없는 뼈)와 사골을 12시간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는 것이 누린내를 없애는 첫번째 비결. 10분 정도 끓으면 물을 따라 버리고 새 물을 부어 끓이기를 두 번 반복하는 것도 잡내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이어 센 불에서 1시간, 약불에서 3시간 이상 끓이면 깊은 맛의 맑은 육수가 만들어진다. 함 부조리장은 “센 불로만 끓이면 국물이 탁해지고, 약불로만 끓이면 육수 맛이 깊지 않다”며 “불조절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갈비는 품질 좋은 한우라면 끓인 국물을 섞어도 좋지만 수입산이면 40~50분 정도 끓여 고기만 건져 먹는다. 갈비에 국간장, 설탕, 다진 마늘, 생강, 후추로 양념을 해서 고아둔 육수를 붓고 끓이면 된다. 끓기 시작할 때 대추, 인삼을 넣고 팔팔 끓여 묵은지를 올리고 불을 끈다.
얼큰한 국물 - 사천탕면
매운 맛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 쉐라톤인천 중식당 유에의 총영발 주방장은 얼큰한 사천탕면을 권한다. 움푹한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실파, 다진 생강, 다진 마늘을 넣고 타지 않을 만큼 잘 볶다가 양파(1개), 당근(4분의1개), 호박(4분의1개), 배추(2잎), 표고버섯(2개), 청양고추(1개)를 채썰어 숨이 죽을 때까지 함께 볶는다. 청주를 넣어 익히다 준비된 다시마 육수 300cc를 넣고 볶은 재료들을 끓인다. 잘 씻은 굴, 바지락, 갑오징어 넣고 익을 때까지 끓여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추고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사천탕면 국물이 완성된다. 여기에 중화면을 잘 삶아 넣어 먹으면 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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