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퇴직금 중간정산 약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근로자는 계약(약정) 해제를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퇴직금은 최종 퇴직일을 기준으로 지급돼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2단독 양영희 판사는 16일 시내버스 기사 홍모(59)씨가 광주 지역 시내버스 회사인 H교통을 상대로 낸 퇴직금반환청구소송에서 “회사 측은 홍씨에게 7,17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퇴직금 중간정산 약정에도 일반적 계약의 법리가 적용된다고 볼 때 사용자(채무자)의 이행지체에 따른 근로자(채권자)의 계약해제권을 배제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약정에 따른 채무를 이해하지 않은 H교통은 계약해제를 통지한 홍씨에게 최종 퇴직일을 기준으로 전체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약정에 대해 근로자의 계약해제권이 아닌 지연 손해금만 인정한다면 근로자가 원할 경우 필요한 시기에 목돈을 활용할 수 있게 하려는 제도의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특히 근속기간이 길어지면 퇴직금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이 높아지는 만큼 사용자의 채무불이행이 길어질수록 중간정산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 한 경우가 근로자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높아 근로자의 해제권은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1981년 H교통에 입사해 지난해 8월 정년 퇴직한 홍씨는 2006년 10월 31일을 기준으로 회사와 퇴직금 중간정산 약정을 하고 퇴직금 5,345여만원 중 퇴직 전환금 190여만원을 뺀 5,154만원을 약정일로부터 3년이 지난 후 1년간 3개월에 한번씩 분할해 지급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회사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홍씨는 지난해 7월 사측의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소송을 냈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