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 훈련이지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재개하는 것에 대한 군 안팎의 평가다. 이번 훈련은 무엇보다 처참하게 무너진 군의 자존심을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6ㆍ25전쟁 이후 처음으로 영토가 유린되는 최악의 상황을 겪으면서 국방부 장관이 전격 경질됐고 군의 위기관리와 대비태세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군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고 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새로 취임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자위권” “야전형 군대” 등 온갖 언사를 쏟아내며 분위기를 잡고 다그쳤지만 이보다 더 확실한 상황 반전 카드가 필요했다. 백승주 국방연구윈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16일 “추가 도발 시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군의 확고한 결의를 보여 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훈련 일자를 18~21일 중 하루로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평도 포격 한 달을 맞는 23일에 앞서 어떤 식으로든 군의 패배 의식을 떨쳐 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연평부대가 훈련 중에 공격당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한 달이나 넘기는 것은 더 큰 치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군의 강건한 모습을 보여 준다는 의미도 있다.
문제는 그동안 훈련 재개 시점을 저울질한 군의 태도다. 군은 연평도 포격 이후 “여건이 갖춰지면 언제든 사격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면서 어떤 여건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기상 조건 등”이라고 말을 흐렸다. 하지만 18일 이후 서해의 기상이 특별히 나아지는 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포격 당시 연평도에는 초속 4.4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에 일부에서는 미국의 개입으로 일종의 냉각기를 거쳤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군은 당장 사격훈련을 재개하고 싶었지만 서해 5도의 군사적 과열을 경계하는 미국의 반대로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군은 굉장히 흥분된 상태였기 때문에 즉각적 사격훈련 재개에 대해 미국이 상당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와 회원국 대표들이 이례적으로 훈련을 참관키로 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군은 긍정이든, 부정이든 사격훈련의 의미가 부각되는 것에 무척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사격훈련 일정을 브리핑하면서 “주기적 훈련이지만 연평도 포격 이후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워낙 높아졌기 때문에 사전에 공지한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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