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布施)는 깨끗한 마음으로 법(진리)이나 재물을 아낌없이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 준다는 불교 용어. 실제 불교신자이면서 자신의 월급만으로 소년소녀가장을 돕고, 고아들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등 현실에서 보시의 의미를 실천한 임재현(68) 대전충남지방법무사회 회장이 16일 9회 법조협회에서 주관하는 법조봉사 대상을 수상했다.
임 회장은 “보시는 다른 사람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제대로 된 보시를 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공무원 월급으로 각종 봉사를 해 왔다는 그는 “돈이란 게 번 만큼 써야지 탈이 안 난다. 아버님께서도 지갑을 닫고 살지 말라고 하셔서 이렇게 된 것 같다”고 수줍어했지만 비워야 채워진다는 참 진리를 한 치도 비껴가지 않았다.
7년 가까이 고시공부를 하다 1971년 서른 살이 넘어 수원지법 홍성지원의 법원공무원으로 들어간 임 회장은 그 해 우연찮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가톨릭신자였던 부인 덕분에 알게 된 수녀님이 “한 살배기 아기를 도와주지 않겠냐”고 권한 것이 계기였다. 임 회장은 “그 땐 내가 계속 보시를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아무래도 그게 씨앗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 후 꾸준히 어린이집을 도운 게 벌써 27년, 액수만 3,000만원에 이르고 한 살배기 아이는 어느새 어엿한 대학생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또 노인들을 위해 김치 담그기, 연탄지원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외된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임 회장의 보시는 재물뿐 아니라 ‘법’으로도 이어졌다. 장애시설을 방문해 꾸준히 법률상담을 해주고 있고, 장학금모금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나 대학을 다녔는데 돈이 없어 고생을 많이 하다 보니 고학생들을 보면 애잔한 마음이 든다”는 임 회장은 2,000만원의 장학기금을 냈다. 이 돈을 종자돈 삼고, 그가 주례를 봤던 신랑신부 40여명도 힘을 보태줘 춘산장학회를 설립했다.
법원, 법무부, 검찰,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법무사협회로 구성된 법조협회는 이날 다문화아동 등을 지원해 온 인천지검 부천지청 양상섭 사무과장, 공익활동 목적으로 법무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전재중 변호사, 외국인 수용자 등 불우수용자를 돕고 있는 대전교도소 황명호 교사에게 봉사상을 수여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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