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東京) 도심 아파트에서 화장실에 갇힌 60대 여성이 지난달 병원에 입원 중인 97세 어머니의 구조 요청으로 8일만에 구출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6일 보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병중인 어머니는 딸이 풀려난 그날 숨을 거뒀다.
도쿄 미나토(港)구 11층 아파트의 8층에 사는 시모다 요코(下田洋子ㆍ63)는 지난달 4일 오전 1시께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화장실 문 앞에 접어서 세워둔 상이 넘어지면서 문을 막아 버렸다. “살려달라”고 외치며 문을 두드려댔지만 창문이 없는 화장실 안에서 바깥의 도움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먹을 것이라고는 화장실에 설치된 세면대의 수돗물뿐이었다. 잠옷 차림으로 스며드는 한기를 막기 위해 화장실 휴지를 발에 감았다. ‘이러다 굶어 죽는 건가.’ 환풍기를 통해 들려오는 바깥의 건설공사 소리로 날짜 지나는 걸 어렴풋이 느끼면서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파트의 관리인은 비상근 근무인데다 8층까지 올라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함께 살다가 간질성폐렴으로 10월에 입원한 어머니였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문병 오던 딸이 오지 않으면 분명 무슨 일이 생겼다며 찾을 거라고 생각했다. 갇힌 지 일주일이 지난 10일 저녁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병원에 있던 어머니의 부탁을 받은 간호사의 전화였다. 전화는 밤중에도 계속 울렸고 이튿날 병원의 연락을 받고 오후 4시께 아파트에 도착한 경찰의 도움으로 시모다는 구출됐다.
하지만 딸이 구출된 직후 어머니의 병세는 급작스레 악화해 시모다가 병원에 도착한 직후인 11일 오후 6시께 숨을 거두고 말았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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