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3대 사찰인 부산 금정구 범어사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목조건물인 천왕문이 소실됐다.
15일 오후 9시57분께 범어사 경내 사천왕상을 모신 천왕문에서 화재가 발생, 건물 전체를 태우고 1억여원의 재산 피해를 낸 뒤 4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17대와 소방관 64명을 투입, 진화 작업을 벌였으나 숭례문 화재 때처럼 불이 기와지붕 밑에서 타 들어가 애를 먹었다. 특히 화재 지점이 보물 1461호인 일주문과 불이문에 인접해 문화재 피해가 우려됐다. 이 때문에 소방 당국은 사찰과 협의, 중장비로 천왕문을 완전히 부순 뒤 진화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승려들이 즉시 소방호스를 연결해 진화에 나선 것도 도움이 됐다. 또 사찰이 당초 천왕문에 있던 사천왕상(시 지정 유형문화재 51호)을 경내 성보박물관에 보관하고 있었고, 불에 탄 사천왕상은 진본을 보고 제작한 모사본이어서 중요 문화재 소실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경찰은 사찰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화재 직전 천왕문 안으로 들어가 사천왕상 쪽으로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집어 던지는 장면에 찍힌 50~70대 남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전국에 수배전단 5,000부를 배포하고 현상금 1,000만원을 걸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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