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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패션 한류'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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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패션 한류' 꿈이 아니다

입력
2010.12.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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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가수들을 중심으로 한류(韓流) 열풍이 뜨겁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를 넘어 서구 등 세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실 산업의 뿌리 역할을 하는 기능 분야에서는 일찍부터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기능 인력들이 한국의 위상을 드높여 왔다. 우리나라는 1967년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25차례 참가해 16차례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 성적만으로 보면 세계 최고의 기능 강국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산업현장의 사정은 다르다. 특히 경제개발 초기 수출을 주도한 섬유ㆍ신발 산업은 열악한 근로환경과 발전비전의 부재 탓에 취업 기피 현상을 겪고 있다. 신규 인력의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 고용 인력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의류 섬유 신발 귀금속 안경 등 패션산업은 오랜 훈련을 통해 체화된 기술과 지식을 보유한 인적 자원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숙련집약형 산업이다. 이 다섯 가지 산업의 취업유발계수, 10억 원을 투입했을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는 15.2명으로 제조업의 9.2명에 비해 상당히 높다. 또한 소재 산업과 패션 유통업 등 전ㆍ후방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이처럼 숙련 인력 수요가 많고 고용효과가 높은 패션산업에 신규 인력이 적절히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이들 산업이 투입되는 노동력에 비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등으로 국내 제조기반이 취약해졌고, 업체 규모도 종사자 10명 미만 업체가 85.7%에 이르는 등 영세화하고 있다. 산업의 영세화는 기술투자를 악화시켜 경공업의 연구개발 집약도(R&D투자/매출액)는 중화학공업의 절반, 정보통신(IT) 산업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중국의 양적 성장과 일본·이탈리아 등 고급 브랜드 제품 사이에서 경쟁력의 열세를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산업을 고급화, 특성화해 적절히 육성할 경우 성장 가능성은 높다. 예컨대 이탈리아는 오랜 생산현장 경험을 통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한 숙련인력을 활용함으로써 최고급 명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품목별로 전문화된 생산 집적지를 구축해 글로벌 공급기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토털 패션 브랜드를 통해 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제품 개발이나 생산뿐만 아니라 세계 4대 패션쇼로 일컫는 밀라노 패션위크, 세계 최대 안경쇼인 미도 쇼(MIDO Show) 등을 통해 세계 패션의 유행을 주도하고 있으며, 생산 제품을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연결 짓고 있다.

우리나라도 동대문지역 등 제반 여건이 잘 갖춰진 패션 집적지를 제조와 유통이 결합된 아시아 패션 허브로 육성하고, 친환경ㆍ고기능성 제품 개발 및 글로벌 선도브랜드를 발굴함으로써 고부가가치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어려운 과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세계 패션산업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숙련 인력의 지속성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절실하다.

숙련집약형 패션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간다면 우리나라의 패션산업도 한류 열풍에 한 몫 할 날이 올 것이다. 우선 신 소비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개척해 아시아의 허브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아시아의 패션 중심국가가 되어 언젠가 파리 뉴욕 런던 밀라노의 시민들이 'Made in Korea'가 적힌 한국의 패션상품에 열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안현호 지식경제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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