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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분당서울대병원 <4>‘심장혈관센터 최소침습수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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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분당서울대병원 <4>‘심장혈관센터 최소침습수술팀’

입력
2010.12.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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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과 당뇨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공모(74)씨는 얼마 전부터 가만히 누워 있으면 뱃속에서 맥박이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불안한 마음에 인근 병원을 찾은 공씨는 복부에 혹이 만져진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정밀진단 결과, 배와 가슴에 커다란 동맥류가 있다고 했다. 공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언젠가 TV에서 동맥류가 파열되면 수술도 받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다행히 공씨는 일찍 발견돼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에서 전신마취나 복부 절개도 하지 않고 샅의 대퇴동맥을 통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대동맥류 치료의 새 장을 연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대동맥류는 긴 원통형 관처럼 생긴 대동맥 일부분이 비정상으로 늘어나서 주머니 모양이 되는 것을 말한다. 대동맥은 심장과 직접 연결돼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온몸에 공급하는 주 통로일 뿐만 아니라 뇌ㆍ간ㆍ위ㆍ소장 등 주요 장기와 혈관으로 이어져 있다. 이 혈관 벽에 대동맥류가 생기면 어느 부위에 생겼든 상관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커져서 결국 대동맥이 찢어지면서 목숨을 잃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대동맥류 환자는 그리 흔치 않았다. 200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대동맥 수술을 받은 환자는 381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04년에 566명에서 2007년 651명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700여명이 대동맥 질환으로 수술을 받았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대동맥류의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증이다. 동맥경화증이 있으면 대동맥 벽이 약해지면서 약해진 부위가 혈압을 견디지 못해 늘어나면서 대동맥류로 이어지기 쉽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고령 인구가 많아지는 것도 대동맥류 발생률이 높아지는 한 원인이다. 나이가 들면 혈관이 노후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심장 대동맥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는 마르판증후군이라는 유전질환도 원인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대동맥류를 제거하려면 가슴에서 배까지 50~60㎝ 정도 자르고, 늘어난 대동맥을 인공혈관으로 바꾸는 큰 수술을 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절개 없이 시술하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이 대세다. 전신마취나 가슴 절개 없이 샅의 대퇴동맥을 통해 대동맥류가 있는 곳까지 그물망을 밀어 넣은 다음, 문제가 된 대동맥류를 정상적인 혈관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가슴과 배를 여는 수술은 전신마취 상태에서 6~7시간 수술하고 중환자실을 거쳐 퇴원하기까지 7~10일 가량 걸린다. 반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로 시술하면 국소마취 후 3시간 이내에 모든 시술이 끝나고, 3일 정도 지나면 퇴원이 가능하다.

박계현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 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류 크기가 5㎝ 이상이면 인공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 수술은 심장혈관 수술 중에서도 최고난도 수술로 꼽힐 정도로 어렵다”고 말했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한 시술이다. 박 교수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수술 직후 사망률과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생기는 비율이 가슴과 배를 열어 하는 수술보다 훨씬 더 낮아 고령환자나 고위험군 환자에게 권장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에서는 연간 90여건의 대동맥류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데,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받은 환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로봇으로 하는 심장수술, 출혈·통증·흉터 확 줄어

무릎 관절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던 장모(68)씨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려고 검사를 받던 중 심장판막에 이상이 발견됐다. 하지만 의사는 환자가 고령이어서 전신마취는 위험하다며 난감해했다. 무릎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심장까지 이상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장씨는 크게 낙담했다. 그러던 장씨는 의사의 권유로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에서 가슴을 조금만 절개하는 로봇 심장수술을 받기로 하고 수술을 결심했다.

임청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센터 흉부외과 교수는 장씨의 가슴 중앙을 크게 절개해 갈비뼈를 양 옆으로 벌리는 대신에, 우측 가슴을 4㎝ 정도만 절개해 로봇팔을 이용해 수술을 실시했다. 로봇팔에 달린 내시경을 통해 전송되는 모니터를 보면서 콘솔 박스를 조정하면 로봇이 알아서 움직이며 끊어진 공씨의 판막을 이어 붙였다.

기존의 방법은 수술하는 데 5시간이나 걸리고 1주일 정도의 입원이 필요했겠지만, 로봇 수술을 한 덕분에 수술은 4시간 만에 끝났고 수술 후 나흘 만에 퇴원했다. 힘든 심장수술을 받았음에도 흉터가 거의 없고 회복도 빨랐다. 회복 후 인공관절 수술도 받은 장씨는 전에 없이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다. 임 교수는 “로봇팔을 이용하는 로봇수술을 하면 의사 손이 닿지 않는 부위까지 접근할 수 있고, 수술시야도 15배까지 넓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세한 손 떨림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올해 20건의 로봇 심장수술을 시행했고, 수술로 인한 주요 합병증이나 사망환자는 없었다. 현재 단일 승모판막질환 및 심방중격결손증과 같이 로봇으로 접근하기 쉬운 질환은 환자의 절반 정도가 로봇수술을 선호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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