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에 들어간 캠퍼스는 적요하다. 한파 탓도 있지만 학생들 보기가 힘들다. 캠퍼스 곳곳에서 지성의 대화를 나누고 웃음꽃을 피우던 1만5,000여명, 그 많던 학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졸업을 하고 학교를 떠나게 되는 졸업생들은 자신의 길을 찾아 어디선가 종종걸음을 치고 있을 것이다.
군 입대를 하게 되는 남학생들은 이런 저런 생각에 복잡해져 있을 것이고, 혹 졸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여학생이 있다면 분홍빛 생각에 잠겨 있을 것이다. 성적 입력을 끝내고 연구실 창가에서 도시를 내다보며 대학이란 곳에서 세상으로 이어져 나가는 수많은 길에 대해 생각한다.
이번 학기에 내게서 시를 배운 둘은 석,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고 철학과 도덕ㆍ윤리를 복수전공하여 2장의 교사자격증을 받고 졸업하는 박군은 고향 진주로 돌아가 취직을 준비한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 그들 모두가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지난 1년간 고통으로 쓴 작품들을 투고해 놓고 기다리는 교내문학상인 10ㆍ18문학상에서, 또 신춘문예에서 날아올 당선 통지일 것이다.
물론 단 한 사람에게만 당선이 통보될 것이지만 삶이란 기다리지 않고서는 어떤 것도 얻을 수는 없다. 기다리는 절실함을 겪어야 성숙해지는 법이니, 어쩌면 사는 일이 기다리는 일이다. 젊은 친구들도 알게 될 것이다. 떠나간 버스,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려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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