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급변사태가 벌어질 경우 중국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놓고 엇갈린 전망과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한국 주도의 남북통일을 용인할 것이란 분석도 있고, 반대로 북한에 친중(親中)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 정부와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급변사태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외부적 변수로 중국의태도를 꼽고 있다. 일단 미국은 한국에 우호적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중국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정부 내에서도 두 갈래 의견이 있지만 현재는 중국이 남한 주도의 통일 한국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론이 힘을 얻고 있다. 우선 한중간의 경제교역 규모나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도 한국과 불편한 관계로 접어드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섞인 분석이다.
최근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된 미국 국무부 외교문서를 보면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외교부 차관 시절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가진 대화에서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고 통일 한국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며, 더 이상 북한을 신뢰할 만한 동맹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중국 고위관리들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급변사태시 중국이 북한을 점령하고 관리하려 할 경우 이익을 취할 것은 많지 않은데 너무 큰 관리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서 "또 북한에 군대를 파견할 경우 중국 내 소수민족들의 저항 가능성에 대비한 병력 손실을 입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중간의 무역 규모가 너무 커져서 양국 관계에 큰 문제가 생길 경우 두 나라 모두 경제적 위기에 빠지게 된다"며 "이 같은 점을 두루 고려할 경우 중국이 통일된 한국과 국경을 맞대는 것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한반도에서 다른 선택을 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15일 동아시아연구원 주최로 열린 제4회 한미동맹 컨퍼런스에서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국의 비군사적 대응 계획'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이 남북통일을 지지하기보다는 친중국 성향의 정부 수립을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위원은 "현실적으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이런 중국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급변사태 발생시 중국은 미국에 앞서 대량살상무기(WMD)를 확보하고 미국의 개입에 반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의 부상'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북한을 압박해 긴장을 완화하는 노력에 중국이 동참하지 않는 이유는 자국의 대북 압박이 북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차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후원국인 자국이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면 북한이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낮은 수준의 압박이 북한 체제 붕괴를 비롯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기에 압박을 전혀 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 당국자는 "중국은 북한의 급변사태시 남한 주도로 통일한국이 이뤄질 경우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해서라도 한국과 중국의 대화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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