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사시 18회)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임기를 2년 가량 남긴 상태에서 동국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를 두고 6년 임기가 보장된 헌재 재판관이 중도에 사퇴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수호기관인 헌재의 안정성을 해치는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동국대는 오영교 총장 후임으로 김 재판관을 17대 총장에 선임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임기는 내년 3월부터 4년간이다. 동국대 법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김 재판관은 법무부 차관과 서울동부지검장 등을 역임했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2006년 9월 헌재 재판관에 임명됐다.
헌재 재판관의 임기 중 사임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1988년 헌재 설립 후 임명된 재판관 28명(재임중인 9명 제외) 가운데 정년퇴임 이외의 사유로 중간에 그만둔 재판관은 이시윤, 전효숙, 이상경 등 3명 뿐이다. 물론 법조계에서는 "민간대학 총장으로 가는 만큼 김황식 전 대법관이 임기도중 권력기관인 감사원으로 옮긴 것과 비교하면 안 된다"는 여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임기를 1년10개월이나 남겨 둔 재판관이 중도 사퇴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재판관의 막중한 임무를 쉽게 져버리는 것 같다"며 "후임 인선과 인사청문회 등에 최소 2개월 이상 소요될 것을 감안하면 헌재 입장에서는 재판관 장기 공석사태의 부담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김 재판관은 이날 "임기 중 퇴임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며 "헌재 업무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이달 31일자로 퇴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재판관이 중도사퇴하는 배경과 관련, 정권과의 불화설도 제기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김 재판관이 최근 잇따라 튀는 판결로 정권에 부담을 주는 바람에 사실상 밀려났다는 분석이다.
김 재판관이 검찰 출신이었던 만큼 후임 재판관도 검찰 출신이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주변에서는 고검장급 가운데 인선될 공산이 크다고 보는 가운데 이 경우 내년 초 검찰 인사의 폭도 따라 커질 전망이다. 고검장급으로는 사시 23회 출신인 한상대 서울고검장, 조근호 부산고검장, 황교안 대구고검장, 안창호 광주 고검장 등 4명과 채동욱 대전 고검장(사시 24회)이 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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