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이동국씨 사망사건'이 발생한지 6개월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억울함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한국대리기사협회, 인천대리기사모임, 대전대리운전기사모임, 전국대리운전기사연대회의 등 13개 단체 5,000여명이 이씨 사망사건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이씨 신원(伸冤)운동에 나섰다. 이씨 사망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중인 과정에 대리기사들이 이씨의 원한을 풀어달라며 대대적으로 뭉친 이유는 뭘까.
이 사건은 어처구니 없는 시비로 일어났다. 지난 6월27일 밤 대리운전 기사인 이씨(52)가 박모(41ㆍ설계회사 직원)씨의 차를 운전해 가던 중 외곽순환도로 불암산 톨게이트 근처 갓길에서 경로문제로 다툼이 벌어졌다. 술에 취한 박씨는 운전석에 올라타 차량 뒤편에 서 있던 이씨를 깔아뭉개고 그대로 달아나는 바람에 이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문제는 사건을 맡은 경기 남양주경찰서가 살인과 뺑소니 혐의로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의정부지법에서 이를 기각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유족과 동료 대리운전기사들은 "뺑소니로 사람이 죽었는데 불구속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사인 박씨의 친동생이 경찰의 영장신청 이전에 선임계를 내고 박씨의 신원 등에 대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해 영장이 기각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하지만 언론보도 등으로 사건 파장이 커지자 박씨의 친동생은 변호인에서 사임했고 박씨는 한 달 뒤 구속됐다.
이런 사단이 벌어졌던 탓인지 대리운전기사 동료들은 최근 다시 "재판이 이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동생에 이어 박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이가 지난해까지 재경지법의 수석판사로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료대리기사들 사이에 '전관예우'에 대한 우려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씨의 변호인 측은 박씨가 술에 취하면 평소에도 기억이 자주 끊겼다는 것과 차량을 후진할 때 후사경으로 이씨가 차량 뒷 편에 있었던 사실을 판단하기가 힘들었다는 점, 중국에 있는 이씨의 부인과 합의를 감안, 집행유예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씨의 여동생인 이모(43)씨는 "중국에 있는 올케는 보상금을 원할지 모르지만 어머니와 나는 정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박씨에 대해 형량 7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를 3일 남겨둔 14일 오후 경기 의정부지법 앞에서 동료 대리기사 30여명은 집회를 열고 사회정의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씨의 죽음은 지금도 사회적 냉대와 멸시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대리기사들의 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공정한 판결만이 가족의 슬픔을 달래고 이씨와 20만 대리기사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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