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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또 대출확인서만 제출… 通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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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또 대출확인서만 제출… 通할까?

입력
2010.12.1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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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현대그룹에 제시했던 대출증빙자료 제출시한인 14일. 현대그룹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 예치된 1조2,000억원에 대한 자료를 냈다.

하지만 채권단이 요구했던 대출계약서가 아닌 대출확인서.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앞서 냈던 확인서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계약서를 내라고 두 번째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현대그룹은 이번에도 또 다시 확인서를 냈다.

현대그룹은 앞서 냈던 확인서보다 한층 구체화된 '2차 확인서'를 제출하면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주장했지만, 현대건설 인수경쟁사인 현대차는 강하게 반발하며 현대그룹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박탈을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열쇠를 쥔 채권단은 "15일 회의를 열어 자료의 효력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계약서 아닌 확인서를 계속 내고 있는 현대그룹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현대그룹의 카드

이날 오전까지 만해도 현대그룹이 서류를 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팽배했다. 추가적인 자료제출 요구 자체가 '룰에 어긋난다'고 거듭 반발했던 탓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오후 들어 현대건설 인수 자금 중 출처와 성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1조2,000억원의 대출금과 관련, 예치은행인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이 발급한 '제2차 대출 확인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나티시스 은행은 2차 확인서에서 "본건 대출과 관련, 제3자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그룹이 제3자에게 계열사 주식 또는 현대건설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보증을 서, 나티시스 은행이 대출을 해 준 것이란 의혹이 사실이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는 게 현대그룹 설명이다.

현대그룹은 또 나티시스 은행이 확인서를 통해 "적법한 대출에 기하여 인출된 자금이 현재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의 두 계좌에 그대로 들어있다"고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 명의의 잔고증명서가 불법적인 가장 납입일 것이란 일각의 의혹에 대한 해명인 셈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 또는 텀 시트(세부 계약조건을 담은 문서) 등에 대해서는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과 나티시스 은행간에 텀 시트를 작성하거나 체결한 적이 없다"며 "채권단의 대출계약서 제출 요구는 법과 양해각서ㆍ입찰규정 등에 위반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텀 시트는 존재하지 않고 더 이상의 서류 제출 등도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사실상 채권단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현대차의 반발

현대차는 이날도 현대그룹을 향해 포문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계약서 아닌 확인서 제출 소식이 알려지자 현대차는 "효력없는 자료"라며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취소 ▦양해각서(MOU) 해지 ▦현대차로의 우선협상대상자 교체 등을 요구했다.

현대차는 현대그룹이 제출한 2차 대출확인서에 대해 "이미 제출해 아무런 검증을 할 수 없다고 평가 내린 확인서를 다시 내놓은 것으로 효력이 없을 뿐 아니라 채권단의 요구를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자금 투명성에 대한 의혹만 증폭됐다는 것. 현대차 관계자는 "2차 확인서에 제3자가 담보, 보증은 없었다고 하나 언급되지 않은 ▦나티시스 은행의 넥스젠 외 계열사를 통한 우회 3자 담보 및 보증 ▦초단기, 고금리 대출 ▦기타 편법 옵션의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 3일 1차 확인서 제출 이후 유예기간을 줬지만 결국 대출계약서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만큼 현대그룹과 채권단간 MOU 해지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 회사 관계자는 "의혹으로 가득 찬 프랑스 은행 자금 성격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국정 조사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을 정도"라며 "국가 경제를 생각해서 채권단이 지금까지 잘못된 것을 신속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선택은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또다시 대출확인서를 제출하자,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출계약서가 아니어서 또다시 논란의 불씨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즉각적인 논평은 자제하면서, 일단은 현대그룹이 낸 2차 대출확인서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좀 냉랭한 편. 한 채권단 관계자는 "효력 문제는 더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현대그룹이 낸 2차 확인서는) 우리가 요구했던 그 자료는 아니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결론은 15일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나온다. 현재로선 ▦확인서의 효력을 인정할지 ▦한번 더 자료제출을 요구할지 ▦아예 주주협의회를 열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바꿀지 예단키 어렵다. 분명한 것은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줄 경우 현대차가 소송공세에 나서고, 반대로 현대차의 손을 들어주면 현대그룹이 법적 절차를 밟게 될 것이란 점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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