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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與 예산누락 질책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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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與 예산누락 질책할 자격 있나

입력
2010.12.1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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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13일 오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당사로 불러 “왜 당 대표가 요구한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 자리에서 안 대표는 “너희(기재부)만 예산권을 갖고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지만 윤 장관은 “예산과 재정에 대한 원칙을 당도 존중해야 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당의 중점 추진 예산 누락에 대해 기재부를 질책하려 했는데 오히려 기재부의 반박을 듣는 자리가 된 셈이다.

안 대표가 강조한 ‘예산권’과 관련해 헌법 51조는 정부(기재부)가 예산 편성권을,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에 대한 심의ㆍ확정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예산 확정권을 통해 사실상 ‘돈줄’을 쥐고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 다만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을 증액시키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국회의 전횡 가능성도 차단하고 있다.

이처럼 예산 확정권을 갖고 있는 국회에서 예산을 강행 처리한 한나라당이 정부에 볼멘 소리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한나라당은 공약 사업 예산을 충분히 반영시키지 못한 것을 정부의 반대 탓으로 돌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실세 정치인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을 증액시키는 꼼꼼함을 보여줬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국회는 예산 누락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지 말고 스스로 심사 능력을 키우고 성실하게 예산을 심사해야 한다. 그래야 편성권을 가진 정부에 휘둘리지 않고 국회가 예산 문제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예산 심사 제도 개선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올해처럼 국회가 예산의 세부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처리하는 데만 급급하다면 사업의 우선순위보다 정치적 판단만을 중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정부는 국회의 증액 요구를 존중할 리 없고, 이에 따른 부실 심사의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김회경 정치부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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