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몰아친 '예산안 강행 처리 파동 후폭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도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 내 여론은 지도부 책임론을 놓고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온건파는 "고흥길 전 정책위의장이 사퇴한 선에서 파문을 수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여당과 정부에서 더 이상 문책은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추가 문책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불가피했고, 또 정당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이 책임져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강경론도 적지 않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땜질 처방으로는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없다"며 당정 재편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이한구 의원도 "예산안 처리의 책임자는 원내대표이고, 책임질 대상은 더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6ㆍ2 지방선거 패배 직후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책임지라는 취지로 연판장을 돌렸던 개혁파 초선 의원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초선 모임인 '민본21'은 15일 오찬 회동을 갖고 당 지도부 책임론 등에 대해 논의한 뒤 성명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예산안 파동뿐 아니라 연평도 사태, 감세안 철회 논란 등을 거치며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태"라며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서민복지 예산은 외면하고 실세 예산만 챙겼다'는 부정적 여론이 누그러지지 않고 민주당이 파상 공세를 펴면서 여당 지도부 사퇴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선 '상황이 심각한 만큼 김 원내대표가 예산안 파동의 모든 책임을 지고 조만간 용퇴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퇴할 경우 전당대회 개최 등으로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는 안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김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김 원내대표 주변에서도 사퇴를 비롯해 모든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있다" 등의 얘기가 당 안팎에서 흘러 나왔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당직자는 "김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여권이 예산안 처리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국회 폭력의 책임을 뒤집어 쓰게 된다"고 말했다. 친박계가 "당 지도부를 흔들면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을 장악하는 길을 열어 주는 셈"이라며 경계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야당이 제기하는 일부 문제들은 정치 공세"라며 "약속한 것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정부 부처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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