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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남빙양 원양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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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남빙양 원양어선

입력
2010.12.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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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어슴푸레하지만 1960년대 후반인가, 북태평양에서 우리 원양어선 2척이 폭풍 속의 산더미 같은 파도에 휩쓸려 한꺼번에 침몰했다. 선원 수십 명이 희생된 참사 소식을 모든 신문이 1면 톱기사로 대서특필할 정도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함께 피항(避航)하던 동료 선장을 국제전화로 취재한 목격담은 처절하고 비통했다. 그 때 침몰한 100~200톤짜리 독항선(獨航船) 여러 척과 이들이 잡은 생선을 운반, 가공하는 공모선(工母船)이 선단을 이룬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 그 무렵, 인기 있던 월간지 논픽션 공모에 원양어선 체험기가 당선작으로 뽑혔다. 1969년에는 인도양 참치잡이 어선의 2등항해사 천금성씨가 쓴 단편소설 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첫 해양소설로 기록됐다. 서울대 임학과를 나와 한국어업훈련소에서 단기교육을 받은 작가 천금성은 소설과 다큐멘터리 저작으로 우리나라 원양어업 개척사를 널리 알렸다. 1958년 인도양 진출로 시작한 원양어업은 수출 입국에 큰 몫을 했다. 1970년대 후반에는 어선 850여 척으로 연간 어획량 50만 톤에 수출 3억 달러를 달성, 전성기를 열었다.

■ 우리 원양어업은 1990년대 어획량 100만 톤을 넘긴 것을 고비로 하향세를 보여 지금은 60만 톤 수준이다. 조업 무대를 대서양 남극해 등으로 넓혔지만 200해리 경제수역 선포와 조업 규제, 입어료 인상 등에 따른 어장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력이 커지면서 한해 수출 5억 달러 남짓한 원양산업의 비중과 일반의 관심도 적다. 그런 가운데 참치잡이 어선을 주축으로 원양어선 360여 척과 선원 1만여 명이 세계 22개 기지를 중심으로 힘든 조업을 하고 있다.

■13일 남극 해역에서 침몰한 제1인성호(614톤)는 참치보다 값비싼 메로(Patagonian toothfish)잡이 어선이다. 메로는 수심 1,500m 에 서식하는 심해 어종으로 남극 해양생물보존위원회가 어획량을 규제한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회원국 중 가장 많은 6척이 조업허가를 받았다. 뉴질랜드 러시아 4척, 영국 2척, 일본 스페인 우루과이 1척씩에 그쳐 남극 어장과 영향력 확보 의미가 크다. 제1인성호는 미래 어장 개척에 앞장섰다 참변을 당했으나, 뉴질랜드에서 2,300km나 떨어져 수색 항공기조차 뜨지 못했다. 10분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는 남빙양(南氷洋), 그 얼음바다에 거친 삶의 애환을 모두 묻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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