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연평도 포격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이끄는 미국의 고위급 대표단이 어제 중국을 방문했다. 또 남북 외교당국자들이 동시에 러시아를 방문, 외교 대결을 펼치고 있다. 6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과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남북한 방문에 이어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외교전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고위급 대표단에 백악관과 국무부의 동북아 및 한반도 정책 담당자들이 대거 포함된 점에 비춰 이번 미중 대화에서는 우라늄 농축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측은 한∙미∙일 외교장관의 합의와 같은 선상에서 북한의 호전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력히 촉구할 것이다. 중국이 이번 대화를 통해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고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박의춘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거듭 비판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라브로프 장관은 연평도 포격 당일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도발을 비난했지만 북한 외무상에게 직접 분명한 입장을 밝힌 의미는 또 다르다. 천안함 사건 때와는 다른 러시아의 대응은 북한 감싸기로 일관하는 중국에 상당한 압력이 될 법하다. 다만 라브로프는 한∙미∙일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강한 우려를 표시, 짐짓 균형을 꾀하는 자세를 지켰다.
김성환 외교부장관은 어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재개 조건을 관련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기본자세는 대화보다는 대북 압박 쪽이다. 미중 고위급 대화에 이어 다음달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방중, 후진타오 주석의 방미 등을 통해 관련국들의 대북 대응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정부는 관련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 대북 압박과 대화 흐름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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