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화재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끈 이슈는 외규장각도서 등 해외 문화재의 환수 문제였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 맞춘 광화문 졸속 복원은 논란을 일으켰고,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 흩어져 있는 고려불화를 한데 모은 전시 등이 화제를 모았다.
외규장각도서, 조선왕실도서 반환 합의
연초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일제강점기 등에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가 10만7,857점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4월 문화재청은 이집트에서 문화재를 약탈당한 22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문화재 보호 및 반환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외규장각도서와 일본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도서를 반환 희망 목록에 올렸다.
일본의 조선왕실도서는 8월 일본 측이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를 통해 100주년을 맞은 한일 강제병합 사과 차원에서 반환 의사를 밝힘으로써,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반환을 요구해온 프랑스의 외규장각도서는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합의함으로써 반환이 확정됐다.
일본의 조선왕실도서 반환에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의 협정으로 한일간 문화재 반환 문제가 종결됐다고 본 정부보다는, 이를 환수하기 위해 수년간 힘써온 한 민간단체의 노력이 더 컸다. 정부 차원의 문화재 반환 의지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부분이다. 프랑스 외규장각도서 반환에서도 소유권의 완전 이전이나 영구임대가 아니라 5년 단위의 임대 갱신이라는 조건이 붙어 문화계의 반발을 샀다.
조선왕실도서는 간 나오토 총리 담화 후 한국과 일본 정부의 협상으로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 1,205책을 반환키로 했으나, 일본 야당이 이에 반발해 국회 비준이 무산되면서 반환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외규장각도서는 양국 대통령 합의 후 프랑스 내에서 반발 기류가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현재 반환을 위한 실무협상이 본격화돼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이천시가 추진한 일본 오쿠라호텔 이천오층석탑의 환수도 호텔측이 조건부 반환 의사를 밝혀 희망적이다.
광화문 졸속 복원 논란… 중명전도 복원
일제강점기와 6ㆍ25전쟁 등을 거치면서 변형ㆍ왜곡됐던 광화문이 조선 고종2년(1865년) 흥선대원군에 의해 경복궁이 중건될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돼 8월 15일 광복절에 문을 열었다. 또 경복궁 20년 장기복원정비계획이 올해로 마무리돼 옛 전각의 3분의 1 가량이 복원됨으로써 조선 제일의 법궁으로서 위용을 되찾았다.
그러나 G20 행사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의 8ㆍ15광복절 행사에 맞춰 공기가 단축됐고, 새로 제작한 광화문 현판이 3개월 만에 균열이 생기는 바람에 졸속 복원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1905년 을사늑약, 1907년 헤이그특사 파견 현장인 덕수궁 중명전도 복원, 개방돼 비운의 대한제국 역사를 되새기게 했다. 2년 전 방화로 훼손된 숭례문의 본격적인 복원공사가 시작됐으며, 이 과정에서 지표 160cm 아래에서 조선 전기의 지대석이 발굴돼 숭례문의 원형이 확인됐다.
고려불화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 미국, 유럽 등에 흩어져 있는 고려불화(高麗佛畵) 42점을 대여해 국내에 있는 19점과 함께 전시한 ‘고려불화대전_700년만의 해후’ 특별전은 감동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예술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고려불화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일생에 보기 드문 희귀한 전시였다.
이와 함께 한일 강제병합 100년, 6ㆍ25전쟁 발발 60년을 기념하는 전시도 많아 격동의 근ㆍ현대사를 되돌아볼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조선왕릉에 이어 올해는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 경주의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우리 전통문화를 빛냈다. 국립부여박물관이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절터에서 출토된 유물의 보존처리 과정에서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들여오기 800년 전 백제시대의 면직물을 확인함으로써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앞서는 최고(最古)의 고려시대 금속활자라는 고활자가 공개됐으나, 그 서법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강원 화천군 원천리 북한강변에서 한성백제 초기(3~4세기)의 마을 유적이 발견되는 등 4대강 살리기 사업구간에서 문화재들이 잇달아 발견됐다. 또한 올해는 6ㆍ25전쟁 관련 유물이 처음으로 문화재로 등록된 해이기도 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