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제도와 관습이 확고한 사회
20년 동안 2만명 이상을 결혼시키다 보니 욕심이 더 커졌습니다. 자꾸 외국으로 눈길을 돌리게 됩니다. 중매쟁이 팔자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머지 않아 제가 중매한 외국인 커플들이 탄생하겠지요. 해외의 결혼방식이나 가치관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의 결혼생활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세계적 관점에서 한국을 돌아보는 안목을 넓혀주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부부의 얘기를 하겠습니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를 닮은 아일랜드계 40대 미국 남성이 있습니다. 그는 30대 후반에 9세 연하의 한국 여성과 결혼했습니다. 인상이 좋고 몸매도 늘씬한, '비주얼'이 좋은 여성입니다. 이 여성은 예술계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관련된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나 첫눈에 서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남성은 잘생긴 외모에 비해 생활능력이 별로 없었습니다.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좋은 결혼상대가 못 됐던 것이지요. 그렇다고 여성의 능력이 걸출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고만고만한 남녀가 외모에 반해 덜컥 결혼을 했으니 고생이 심했을 수밖에요. 그저 사랑만 나누며 사는 게 결혼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것입니다. 게다가 외모라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감가상각되는 부분 아니겠습니까. 외국에는 이들 커플처럼 쉽게 만나 쉽게 결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만남 과정이 비교적 단순한 편이라고 할까요.
느낌이 좋으면 만나고, 서로 통하면 부부로 맺어지니까요. 결혼을 전제로 준비된 만남을 갖는 대부분의 한국 싱글들과는 많이 다르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서구의 많은 나라에서는 이런 만남방식이 보편적입니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결혼을 크게 고민합니다. 더구나 아직도 가족혼의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지위, 경제력도 고려조건이 되곤 합니다. 단순히 남편감이나 아내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부모에게 잘할는지, 미래에 태어날 자녀에게 좋은 아빠 혹은 엄마가 될 것인지도 감안합니다. 지금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만, 결혼 적령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의 결혼 제도나 관습이 확고하다는 방증 아니겠습니까.
미남미녀에게 끌리는 것은 본능
한국 남성은 외모를 많이 따진다고들 합니다. 여성들이 외모 밝힘증 환자로 취급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과연 한국 남성만 그럴까요? 외모에 집중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 남성은 외모 말고 다른 부분에도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상대가 살아온 환경을 보고, 직업이나 경제력도 챙깁니다. 이런 경향을 두고 현실적 또는 계산적이라고도 하지만, 외모에 큰 비중을 두는 외국 남성에 비하면 결혼에 한층 진지하게 접근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국 남성은 그렇지 못합니다. 느낌만 통한다면 나머지는 'OK'입니다. 순수하다고요? 어떻게 보면 사람 그 자체를 좋아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보다는 본능에 더 충실하다는 게 맞겠네요.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덜컥 만나 가볍게 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외국도 상류층으로 갈수록 조건을 더 따지지만요. 어느 게 옳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배우자 선택은 개인의 판단이고, 생활도 각자의 책임이니까요. 결혼생활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외모보다는 다른 부분을 많이 보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결혼에 부여되는 책임이 크기 때문에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됐든 외모를 지나치게 밝힌다고 성토 당해온 한국 남성에 대한 오해도 이제는 좀 풀려야 할 것 같습니다.
■ 남녀본색
흔히 결혼상대와 연애상대는 다르다고 한다. 조건을 안 보고 좋아서 만나는 연애와 달리, 결혼은 그만큼 따질 것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남성은 결혼할 때 어떤 조건을 중시할까. 중시하는 조건은 인종별로 다를까?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최근 3년 내 가입한 남성회원 중 분석 가능한 자료를 제공한 한국남성 1만6,733명과 기타인종 남성 533명을 대상으로 인종별로 중시하는 배우자 조건의 차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배우자조건 중요도는 한국남성의 경우 성격(31.3%)> 신체적매력(29.9%)> 사회경제적 조건(20.6%)> 가정환경(18.2%)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인종 남성은 신체적 매력(33.9%)> 성격(33.1%)> 사회경제적조건(18.5%)> 가정환경(14.6%) 순으로 드러났다. 기타인종 남성은 한국 남성에 비해 신체적 매력을 많이 보는 반면, 사회경제적 조건이나 가정환경은 덜 중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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