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체력 소모가 큰 공연은 전무후무해요. 배우들도 구경 와서 혀를 내두릅니다.”
지난 7일 개막한 뮤지컬 ‘콘보이쇼_아톰’에 출연 중인 배우 신선호의 말이다. 1986년 일본에서 초연됐고, 2006년 국내 공연한 적이 있는 이 작품은 배우들의 넘치는 에너지로 120분을 끌고 간다. 늘어지는 드라마를 솎아내 4년 전 공연보다 20분이 줄었다. ‘아톰’이라는 부제는 삽입곡 ‘아톰의 아이’ 가사 “세월 흘러 어른처럼 큰다해도… 마음만은 꿈을 꾸는 어린이”처럼 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대는 철학자의 이름을 딴 소크라테스, 플라톤, 다윈 등 7명의 배역이 시를 읽는 모임을 갖는 것으로 열리고 닫힌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그렇다고 이름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각 철학자의 특성을 반영해 대본을 썼지만 큰 의미는 없다. 끝난 뒤 기립과 탄성이 나오는 건 내용이나 무대, 노래 때문이 아니다.
이 뮤지컬의 포인트는 무대에 흩뿌려지는 배우들의 땀방울이다. 그들은 아크로바틱, 발레, 탭댄스, 재즈댄스 등 갖가지 종류의 춤을 쉴 틈 없이 빠른 템포로 이어간다. 극중 대사인 “앙상블… 브로드웨이에서 Nobody라 부르는,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병풍처럼 쓰여지던 젊은이”는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실제 처지와 같다. 여기서만큼은 주인공인 이들이 체력의 한계를 넘었다 싶은 순간에도 발을 구르고 힘껏 손을 뻗는 모습은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가 삽입됐지만 대다수 곡은 일본 노래다. 또 원작을 따른 대본, 의상 때문에 일본 색채가 짙다. 노래와 연기가 약한 탓에 뮤지컬로서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 만 하다. 오늘도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기실에는 땀에 푹 젖은 의상들이 담긴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다. 내년 2월 27일까지. (02)744-4011
김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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