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쪽 남극 해역에서 사고를 당한 부산 선적 원양어선 1인성호(614톤)는 운항 중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불과 30여분 만에 침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이 배에서 구조된 유일한 한국인 선원인 1등 항해사 김석기(46)씨가 14일 선사인 ㈜인성실업에 이메일로 보고한 사고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김씨는 사고 발생 시점을 13일 오전 6시25분께(이하 현지시각)라고 전했다. 김씨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용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본다.
"오전 5시50분께 당직교대를 하고 잠을 자려는데 배가 너무 기울어지고 밖이 시끄러워 나가 보니 이미 우현으로 60도 정도 쓰러져 있었다. 선장이 직접 조타를 하고 있어 조타키를 넘겨받았다. 선장이 707홍진호에 구조요청을 하고 교신이 끝나자 배가 복원력을 잃고 우현으로 더 기울어져 기관 엔진이 꺼졌다. 선장이 '안되겠다'고 말했다.
바로 선미(船尾)로 가 선원들에게 갑판 브릿지 뒷편으로 이동할 것을 지시했으나 배가 너무 기울어 구명조끼를 나눠 주던 2항사가 바다로 떨어졌다. 선장과 옵서버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다른 선원들은 선박 좌현으로 이동해 대부분 구명조끼를 입었다. 이때 구조하러 온 홍진호가 보였다.
이제 배는 선저가 보일 정도로 기울었다. 구명보트가 선수(船首) 오른쪽 50m 거리에 있어 선수로 가자고 했으나 외국인 선원 몇 명만 따라왔고 나머지는 바다로 뛰어내렸다. 이때 선미는 이미 가라앉은 상태였다.
선수도 거의 가라앉아 뛰어내려 구명보트로 가려다 다리에 줄이 걸려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간신히 줄을 풀고 다시 올라왔다. 어렵게 구명보트를 잡았으나 몸이 얼어 몇 번 시도 끝에 겨우 올라탔다. 홍진호에서 줄을 던져 잡으려 했으나 물에 빠진 선원들을 먼저 구해야 한다고 해 줄을 놓았다. 몸이 물에 젖고 구명보트에 물이 많아 정신을 잃었다."
한편 1인성호 실종 선원 수색은 이틀째 난항을 겪었다. 707홍진호 한 척만 수색을 하는데 파고가 5m에 달하고 눈보라까지 심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측은 사고 해역이 남쪽으로 1,400마일(2,593㎞)이나 떨어져 헬기 파견을 포기했고, 이날 낮 수색을 중단했다. 선사인 ㈜인성실업 관계자는 "구조작업을 계속하고 구조선도 추가 투입할 예정이며, 뉴질랜드 당국에도 수색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1인성호는 지금까지 구조된 선원들이 충돌 굉음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을 감안해 강풍이나 너울로 침수돼 침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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