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서울 지역 중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세 과목 수업 시간을 3년 동안 102시간 이내에서만 늘릴 수 있도록 했다. 학교 자율로 과목별 수업 시수의 20%를 증감할 수 있도록 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새 학기부터 적용되는데 따른 일선 학교의 국영수 편중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주요 과목 강화 요구와 동떨어진 결정"이라는 반발이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시교육청은 15일 발표한 '문화ㆍ예술ㆍ체육ㆍ수련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통해 "중학교 국영수 시수는 3년간 102시간 범위 안에서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어기는 학교는 장학지도 등을 통해 제재하겠다는 게 시교육청 방침이다.
개정 교육과정에서 정한 기준시수는 중학교 3년 동안 국어 442시간, 영어 340시간, 수학 374시간이다. 개별 학교 측은 이런 시간의 20%인 88.4시간(국어), 68시간(영어), 74.8시간(수학) 범위 내에서 증감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다만 매 학기가 17주로 구성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늘릴 수 있는 최대 수업 시수는 국어 85시간(17X5수업단위), 영어ㆍ수학 각 68시간(17X4수업단위) 등을 합쳐 총 221시간까지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국영수를 102시간 이내에서만 늘리도록 함으로써 일선 학교가 행사할 수 있는 수업시수는 사실상 반토막이 났고, 수업편성 자율권도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정교육과정 전에도 '교과 심화ㆍ보충'명목으로 최대 102시간까지 국영수 과목 시수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학교 측의 자율편성 권한은 '제로'나 마찬가지다.
A중 김모 교사는 "사교육이 대부분 국영수 보충 학습 수요 때문에 생기는데다 정부가 시행하는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을 올리려면 주요 과목들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실정을 무시하고 시교육청이 무리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국영수를 제외한 과목들의 수업시간을 줄여 파행으로 운영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영수 수업 강화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감이 국가교육과정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만들어 국영수 시수 증감률을 제한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개별 학교의 교과편성 자율권이 상당 부분 침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측은 이에 대해 "교육감의 합법적인 권한 행사"라며 "(국영수 시수를 늘리는것보다)문화ㆍ예술ㆍ체육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교육감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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