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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32> 후회와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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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32> 후회와 예측

입력
2010.12.1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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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후회해서는 결코 안 될 일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자녀교육 아닐까. 보통 사람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장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차분하게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하지만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매몰되면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들이 흔하게 벌어진다.

아이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잘못을 범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화를 낸다. 정말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모가 자주 화를 내면 아이들의 마음에는 심한 상처가 난다. 자존감에 심각한 훼손이 생기는 것이다. 부모를 화나게 하는 존재로서 아이는 자존감을 지키려고 해도 역부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자신을 위해 희생까지 무릅쓴다고 여기는 부모가 자주 화를 낸다는 말은 그만큼 자신에게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 바로 자존감이 무너지면 의욕을 잃고 남의 눈치나 보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당장 화가 나는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지만 화를 내는 행동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금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면 그렇게 쉽게 화를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에 부모로서 화가 나기는 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는 사실에 주목하면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게 된다. 사고를 친 당사자로서 겪게 되는 심리적 낭패감과 쥐구멍이라고 있으면 숨고 싶은 아이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예측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면 자연히 치솟는 화의 불씨가 꺼지면서 아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마음이 강해진다.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걱정이 앞선다.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고 경쟁에서 도태되어 인생의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여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한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경쟁에서 앞서나갈 것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동기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부모의 압력을 못 이겨 억지로 공부하게 되면 아이는 점점 공부를 멀리하게 될 가능성만 높아진다. 그렇지 않아도 하기 싫은 공부를, 학교는 물론 곳곳에서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힘겹게 공부를 하고 있는데 부모까지 나서서 압력을 가하면 공부 거부감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시험기간이 되어야 겨우겨우 스스로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소극적인 공부를 근근이 할 따름이다.

반대로 아이의 성적이 많이 오르면 부모들은 너무도 기쁜 마음에 여러 가지 선물을 안겨준다. 부모로서 자식을 위해 고생한 보람을 만끽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마치 세상을 얻은 것처럼 즐거운 마음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보다는 좋은 성적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의 마음에는 어느 순간 그늘이 드리운다. 자칫 노력보다는 좋은 성적만을 위해, 커닝을 하거나 남보다 쉽게 점수를 따기 위한 요령이나 편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로 변질될 수도 있다.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성적이 나쁘면 야단을 맞고, 반면에 운 좋게 시험을 잘 보게 되고 성적이 오르면 흥분하는 부모를 보면서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노력의 중요성보다는 시험만 잘 보면 된다는 생각이 점점 사고습관으로 굳어지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뭇매를 맞고 세상을 등진 자녀를 회상하면서 너무 공부만 하라고 다그친 자신이 밉다는 부모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치고 다양한 실패경험을 하면서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는데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고 답답함을 느껴 잔소리를 해대는 부모들에게 경고해주고 싶다. 당장 부모로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그 속에 빠져들면 결국 후회하게 되고 만다는 사실을.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더욱 어렵기는 하지만 부모로서 아이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고 아이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미래는 정말 많이 달라진다. 부모로서 지금 자신이 자녀에게 하는 언행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조금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그 결과를 예측해보려고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 당장의 감정에 충실하면 대부분 후회하지만 조금만 신중하게 자신의 감정 표현이 아이에게 어떤 결과를 낳게 할지 예측하면 분명 아이는 달라진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신중하게 예측하자.

/비상공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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