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무상급식의 전면 실시를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본보가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의 무상급식 진행 상황을 조사한 결과, 내년부터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한 급식이 시행되는 지역은 194곳으로 84.7%에 이른다. 여기에 초ㆍ중ㆍ고생까지 전면 실시할 9곳까지 포함하면 203곳으로 88.6%까지 비중이 높아진다. 지난 6ㆍ2지방선거 당시 표심을 휩쓴 무상급식이 현실로 바뀌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역별로 들여다 보면 예산분배 때문에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는 곳이 많다.
15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현재 100만명 정도가 혜택을 보는 저소득층 무상급식에는 매년 3,400억원 정도가 들지만 초ㆍ중ㆍ고생까지 전면 확대 시 한 끼애 평균 1,700원으로 산정하더라도 1조6,000억원 이상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진보성향의 시ㆍ도교육감과 민주당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인 만큼 그 연장선에서 무상급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인 지방정부는 예산 효율 측면에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이런 갈등 때문에 무산되거나 전쟁을 벌이는 곳이 많은 것이다.
우선 강원은 도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된 데다 춘천 강릉 태백시 등 기초단체가 참여 불가 의사를 밝혔다. 이 때문에 도의회에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반 쪽 시행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대전의 경우 염홍철 시장이 단계적 무상급식 시행 공약을 내걸고 내년 초등학교 1~3학년 4만4,500여명에 대한 무상급식 비용 40억1,300만원을 편성해 놨지만 시교육청과 분담액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역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지역은 초등생만 따지더라도 숫자가 엄청나 막대한 비용이 든다. 따라서 지자체장 반대하면 시ㆍ도교육감이 단독으로 예산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서울의 경우 민주당이 다수당인 시의회가 지난 1일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오세훈 시장은 이후 의회출석거부 등 보이콧 투쟁(?)을 벌이고 있다. 오시장은 소득하위 30%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민주당 측의 1차 목표치인 초교 6학년까지 전면 실시도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부산도 시에서 초교 전체 무상급식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우선 초등 1, 2학년에 한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충남에서는 안희정 지사와 김종성 교육감이 15일 '도와 도교육청 무상급식 비용 분담비율을 6대 4으로 하되, 도교육청 재정 상황을 고려해 내년도만 5대 5로 한다'는 내용에 전격 합의하면서 훈풍을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충남은 내년 16개 시군 전체 초교생(13만8,734명)에 대해 무상급식 실시하며 중학교도 2012년 면 지역, 2013년 읍 지역, 2014년에는 전체로 확대키로 했다.
경기는 무상급식 지원을 놓고 도와 도교육청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었지만 15일 도가 내년도 관련 예산을 당초 58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대폭 늘리면서 제한 급식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도는 여전히 무상급식 자체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전면 확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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