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BRD)의 수장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IMF는 유럽, IBRD 수장은 미국이 맡는 묵계가 깨졌다"고 발언한 후, 신흥국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한국에서 국제금융기구의 수장이 처음으로 배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외신 기자회견에서도 "IMF나 IBRD 총재 자리에 도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김 총재는 "제가 적절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차기 총재는 한국에서 나오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명되는 국내인사는 사공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한 정부인사는 "국내에서 사공 위원장만큼 국제경제계에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인사는 없다"면서 "영어에 능통하고 서울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끈 리더십과 조정력 등 국제금융기구 수장으로서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 IMF와 IBRD 내부 사정을 보면 아시아나 신흥국에서 수장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IMF의 경우 2007년 11월 취임한 스트로스-칸 총재 임기는 2012년 10월까지이지만, 그 해 예정된 프랑스 대선에 사회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내년 말이나 2012년 초 중도 사퇴 가능성이 있다. 로버트 졸릭 IBRD 총재도 2012년 6월 임기가 만료된다.
실제로 이달 초 인도에서 신흥국 출신의 IMF 총재 가능성을 언급한 스트로스-칸 총재가 불과 6개월에는 "신흥국이나 저소득 국가에서 나오려면 20년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감안하면 IMF 지배구조에 대한 중대한 상황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한국인 IMF 혹은 IRBD총재'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 총재를 맡으려면 미국과 중국, 유럽의 묵인이 필요한데 과연 그게 가능하겠냐는 것. 국제금융계에 정통한 한 고위인사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있는 한 국제금융기구 수장은 불가능하다"면서 "유엔 사무총장과 IMFㆍIBRD총재를 동시에 한국인이 맡으려 한다는 것은 마치 동계ㆍ하계 올림픽을 동시에 유치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