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에서 용병 농사는 시즌 성적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삼성화재가 안젤코 추크와 가빈 슈미트를 앞세워 V리그 3연패를 달성했고, 현대캐피탈도 숀 루니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했을 때 리그를 제패한 바 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모든 용병이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뽐내고 있어 순위싸움도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가빈(삼성화재)을 비롯해 헥터 소토(현대캐피탈), 에반 페이텍(대한항공), 밀란 페피치(LIG손해보험), 숀 파이가(우리캐피탈), 밀로스 쿨라피치(KEPCO45)가 2010~11 시즌 초반 타점 높은 공격력을 선보이며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인 덕에 '용병 풍작'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각 구단들은 가빈에 대항할 인재들을 수 차례의 테스트 끝에 데리고 왔다. 198㎝의 소토가 신장이 가장 작을 정도로 용병들의 평균 키는 2m를 넘어섰다. 가빈이 포지션과 주전 세터 변경으로 시즌 초반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에반이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며 대한항공의 고공비행을 이끌고 있다.
게다가 객관적인 평가에서 가장 떨어졌던 숀 파이가도 기대 이상의 활약상을 보이며 우리캐피탈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문용관 KBS N 해설위원은 "다른 시즌과 달리 기대 이하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용병이 하나도 없다. 팀마다 적절한 용병을 뽑았다는 느낌"이라며 "올 시즌 코트를 누비는 용병들의 전체 수준이 상향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각 팀의 주포로 자리매김한 용병들은 득점 순위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3경기에서 86점을 기록 중인 가빈이 득점 순위 1위에 올라있고, 소토(62점)와 에반(61점), 페피치(57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포지션을 변경한 숀 파이가도 48점으로 득점 6위를 마크하고 있다.
특히 그는 56.25%의 공격 성공률을 선보여 용병 중에서 가장 빼어난 고감도 스파이크를 때려내고 있다. 밀로스는 아직까지 2경기(32점)밖에 치르지 않은 탓에 득점 순위권 밖에 머물고 있지만 공격 성공률은 49.21%로 수준급이다.
용병들이 저마다 해결사 임무를 톡톡히 해내고 있는 남자부에서는 연일 박빙의 승부가 연출되고 있다. 문용관 해설위원은 "한 경기도 쉽게 끝나는 경기가 없다. 당분간 물고 물리는 접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2라운드가 지나봐야 어느 정도 윤곽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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