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코리아텐더 감독대행 시절이던 2002~03시즌 일이다. 구단이 어려움을 겪다 보니 그 여파는 선수단에도 미쳤다. 코리아텐더 선수들의 평균연봉은 다른 팀 선수들의 절반 수준인 5,000만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실력까지 절반인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은 하나로 뭉쳤고, 스타 군단들을 차례로 격파했다. 내내 돌풍을 일으켰던 코리아텐더는 '4강 신화'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한마디로 코리안테더는 '저비용 고효율'이었다.
인삼공사의 김보현(2009년 2라운드 7순위)과 박성훈(2009년 3라운드 4순위), 동부의 김봉수(2007년 2라운드 4순위), 오리온스 박재현(2010년 2라운드 7순위), KCC 유병재(2007년 2라운드 5순위) 등은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선수들이다.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된 선수들은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연봉도 1억원 안팎을 받는다. 그러나 2라운드 하위 순번부터는 연봉도 5,000만원 정도밖에 안 될 뿐 아니라 팬들의 관심도 끌기 어렵다.
김보현 등의 연봉은 팀 전체의 2, 3%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의 공헌도는 5~15%에 이른다. 주된 임무는 식스맨이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 주전들보다 팀 기여도는 더 크다. 이들은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선수들이 경험을 쌓아서 주전들과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팀은 물론이고 프로농구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주전 같은 식스맨 말고도 식스맨 같은 벤치선수도 있다. 이런 선수들에게도 한 경기 40분 동안 2, 3번의 기회는 찾아온다. 기회를 잘 살리면 식스맨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고액연봉 스타들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팀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 정규리그 순위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입증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나 이름값은 최고지만 팀 성적은 중위권을 전전하는 팀들이 있다. '저비용 고효율' 선수들의 분발에 박수를 보낸다.
전 서울 SKㆍ구리 금호생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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