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임금을 보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저임금 국가에 생산 공장 등을 운영해온 우리나라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임금 인상 등을 주장하며 11일 시작된 영원무역 방글라데시 공장 노동자의 폭력 시위가 자칫 도미노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임금 인상을 통해서 내수 활성화를 꾀하려는 각국 정부의 사정상, 앞으로 이러한 흐름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13일 KOTRA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글라데시에선 영원무역 사태 이외에도 의류부문 노동자의 시위 등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치타공 수출가공공단 내 한국 의류업체 H사에선 임금과 관련한 노동자 시위가 발생, 현지 관리자가 폭행당해 입원했다.
또 다카 수출가공공단 내 한국 스포츠웨어업체 H사도 노동자의 집단 무단결근으로 생산이 중단됐다. AFP통신은 12일 노동자들의 시위로 4명이 숨진 데 이어 북부의 의류 공장 밀집지역인 가지푸르에 있는 또 다른 의류 회사의 노동자 4,000여명이 이날 오전 도로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해외 진출 기업들의 현지 생산 공장에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성우자동차에서는 24시간 파업도 있었다.
당시 노동자들은 임금이 경쟁 업체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파업을 벌였고, 회사는 곧바로 임금 15% 인상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기본급이 1,200위안에서 1,380위안으로 올라가고, 연장 근무 수당도 시간당 2위안씩 인상됐다. 베이징성우자동차는 베이징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우리 기업뿐 아니라 중국의 저임금을 보고 진출한 외자 기업 상당수도 올해 적잖은 홍역을 치렀다. 1월부터 5개월 간 중국 선전의 팍스콘 공장에선 무려 노동자 13명이 자살을 시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팍스콘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부품을 비롯, 델 컴퓨터등을 조립하는 세계 최대 주문자생산방식 기업이다. 당시 팍스콘은 기본급을 900위안에서 2,000위안으로 122%나 올려줘야 했다. 4월에는 중국 광둥성 포산시 혼다차 부품 공장이 파업에 돌입, 4개 혼다 완성차 공장의 생산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이처럼 저임금 국가에 생산 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최근 임금인상 요구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소득 증대 및 노동자 의식의 성숙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 풀이된다. 더군다나 각 국의 정부는 외자 기업의 임금 인상을 유도하는 형국이다.
임금 인상 등을 통해 내수 진작 및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사회 불만 등도 잠재우기 위해서다. 실제로 올해 중국 후베이ㆍ푸지앤ㆍ지린ㆍ산둥ㆍ광둥성의 최저 임금 인상 폭은 이미 20%를 돌파했다. 아예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평균 임금을 2배로 올린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저임금 국가의 임금 인상 도미노 현상은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한 기업의 임금 인상이 다른 기업, 다른 업종까지 영향을 미치는 '양떼효과'로 인해, 기업 규모나 업종 구분 없이 임금 인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임금인상으로 경영 압박에 처한 기업들은 중국 연안에서 내륙으로, 다시 인도나 베트남, 라오스에 이어 아프리카까지 생산 기지를 이전하고 있다. 인텔이 이미 상하이 공장을 쓰촨성 청두로 옮긴 데 이어 미국 패션업체 코치도 중국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키로 했다. 그러나 이처럼 더 낮은 임금을 찾아 공장을 계속 옮기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노동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늘리고, 지역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 실질적인 현지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조언이다. KOTRA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대부분 저임금 수혜를 노리고, 낮은 비용으로 물건을 만드는 데만 신경을 써 온 것이 사실"이라며 "더 이상 지금 같은 저임금 시대가 이어질 순 없는 만큼 철수하지 않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키우면서 스스로 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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