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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1박 2일'의 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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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1박 2일'의 무식

입력
2010.12.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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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박 2일'이란 방송을 좋아한다. 거기에는 휴일 저녁을 웃음으로 보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 즐거움은 지난 한 주를 웃음으로 마감하는 유쾌한 마침표가 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볼 때는 5명의 출연자가 동분서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과 함께 100여명의 스태프가 함께 뛰고 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이 프로그램의 '광역시 특집'에서 울산광역시 편을 보다 웃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김종민씨가 울산을 찾아와 허둥지둥하면서 동구 대왕암공원을 찾아갔을 때, 김씨가 하는 말이나 자막으로 처리되는 것이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있는 문무대왕릉(사적 158호)에 대한 소개였다.

그건 실수가 아니라 분명 국토에 대한 무지이며 무식함이었다. 울산 대왕암은 문무대왕비(妃)의 수중릉이란 말이 있어 대왕암이라 불릴 뿐이다. 그건 울산지역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연출진이 과연 울산에 대해 얼마나 조사하고 울산 홍보를 한다고 나선 것인지. '1박 2일'은 이 일로 제작에만 급급하다는 '혐의'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

'1박 2일'에는 국토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있었다. 나는 그 연출 정신을 좋아했는데 그 날의 무지로 실망이 크다. 옛말에 '방귀가 잦으면 똥 싼다'고 했다. '1박 2일'이란 공든 탑이 초심을 잃는다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시청자가 차갑게 외면한다는 말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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