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에서 상호비방전, 그리고 소송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14일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대해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에 예치된 1조2,000억원이 무담보ㆍ무보증임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이날까지 제출하라고 최후 통첩한 상태다.
현대그룹이 계약서를 제출하면 매각작업은 큰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제출하지 않을 경우, 어떤 상황이 전개될 지 예단키 어렵다. D데이를 하루 앞둔 13일까지도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채권단은 물러설 기세가 전혀 없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현대그룹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요구한 증빙자료 제출여부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계속 채권단 요구의 부당함만을 강조하고 있어, 현재 분위기로는 추가서류제출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앞으로 벌어질 법적 공방에 대비하는 모습니다. 현대그룹은 이미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양해각서(MOU)를 해지할 가능성에 맞춰, 서울중앙지법에 MOU해지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내 놓은 상태. 현대그룹 관계자는 “인수ㆍ합병(M&A) 사상 유례 없는 불공정한 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법과 채권단이 제시한 규정을 충실히 이행, 결국 채권단에 의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며 “그럼에도 이제 와서 규정에도 없던 것을 문제 삼아 결과를 뒤엎겠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며 과연 누가 룰을 어기고 있는 지 살펴볼 일”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은 이에 앞서 보도자료 등을 통해 “강자의 논리에 파묻혀 가고 있는 현대그룹의 정당한 권리와 정당성이 사법부에 의해 다시 명확히 확인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현대차그룹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당연히 현대건설은 현대차의 몫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 설령 현대그룹이 서류를 내더라도 자금성격에 대한 투명한 검토를 촉구할 방침이다. 만약 1조2,000억원에 치명적인 옵션이 걸려 있을 경우,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박탈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 대신 대체서류를 제출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 진다. 만약 채권단이 이를 검토해 현대차의 손을 들어 준다면, 이미 현대그룹이 MOU 해지금지 가처분신청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 준다면 현대차그룹은 전방위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 직접 채권단을 상대로 한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만약 납득할 수 없는 서류를 채권단이 인정한다면, 현대차로서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다는 것. 특히 프랑스 은행 자금뿐 아니라 채권단의 심사 초기부터 절차상 이의를 제기, 단계별로 줄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
한 채권단 관계자는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두 번씩이나 얘기했는데 현대그룹이 무슨 자료라도 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황상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대출증빙자료를 내지 않는다면 MOU는 불가피하다는 입장. 한 채권단 관계자는“현대그룹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주주협의회를 소집해 MOU해지를 논의할 것”이라며 “80% 이상 동의를 받을 경우 MOU해지가 가능하며 이후 예비입찰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 매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대출 증빙자료를 제출할 경우, 자료의 성격이 문제다. 어디까지나 대출계약서(부속서류 포함) 또는 그에 준하는 텀시트(세부 계약조건을 담은 문서)와 같은 구속력 있는 문서만 유효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대출금이 무담보ㆍ무보증 대출이며 실제 인출 가능한 돈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어야만 MOU자격은 유지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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