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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원로 사제들 “정진석 추기경 용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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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원로 사제들 “정진석 추기경 용퇴해야”

입력
2010.12.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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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성향의 천주교 원로 사제들이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사업 발언을 비판하면서 용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공동체적 교단 질서가 중시되는 천주교에서 사제들이 서울대교구장을 맡고 있는 교계 수장의 용퇴를 요구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천주교 원로 사제 20여명은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 “추기경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주교단 전체의 명시적이고 구체적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 분열을 일으킨 것은 분명히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교회의 동료 주교, 평신도, 수도자, 사제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퇴의 결단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사제들은 또 “정 추기경의 과오는 한국천주교회 전체의 실책으로 우리가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는 “추기경 직은 자의적으로 물러날 수가 없는 만큼 서울대교구장 직에서용퇴하라는 의미”라며 “정 추기경은 은퇴 연령이 4년 지났는데, 이번 발언으로 교회 공동체에 속하지 않았음을 자인한 셈이므로 교구장 자리에서 물러나시길 바란다. (용퇴할 때까지) 계속 기도하며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함 신부 등 10여명의 신부가 참석했고 성명서에는 25명이 연대 서명했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 3월 춘계 회의에서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10월 추계 회의에서는 4대강 사업은 대표적 난개발이라는 내용의 ‘환경에 대한 주교회의 지침서’ 발간을 승인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추기경은 이에 대해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주교단의 성명은 우려를 한 것이지, 반대를 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추기경의 발언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궤변”이라고 비판하는 등 논란이 일자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기경께서 4대강 찬성이 죄가 된다고 혼란을 느끼는 신자들이 많다는 보고를 받으셨다”며 “신자들 양심에 평화를 줘야 한다는 입장에서, 4대강 찬반이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천주교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입장 차를 교계 내 보수ㆍ진보 간의 해묵은 갈등의 표출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서울대교구 인사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가 3년째 보직을 받지 못하자 함세웅 신부는 “중요한 시기에 역사적 고민이 없는 추기경이 교구장으로 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이 달 초에는 평화방송 TV에서 정홍규 신부의 특강 중 4대강 관련 발언이 삭제된 채 방영되기도 했다. 반면 일부 보수적 신자들은 지난 3월 ‘성당 가서 미사 드리기가 무섭다’는 제목으로 일간지 광고를 내는 등 4대강 반대에 나선 사제들에게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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