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졸속 처리의 정치적 파장이 여야 관계는 물론 여당 내부까지 뒤흔들고 있다. 여당의 강행처리를 원천 무효로 규정한 야당은 4대강 사업 반대 등을 앞세운 장외투쟁을 본격화했다. 여당은 청와대의 입김에 휘둘렸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럽다.
당ㆍ청 관계에 대한 엇갈린 해석에서 비롯한 여권 내부의 논란은 집권 후반기에 으레 나타났던 권력누수의 계기가 될지 여부가 눈길을 끌지만, 여권 스스로 알아서 정리하면 그만이다. 정치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는 있어도 국민 실생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미미하다.
반면 야당의 장외투쟁이 상징하는 여야의 무한 대결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국민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졸속 처리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자금 소요를 채우거나 지나치게 많이 잡힌 예산을 실질 감축할 수 있느냐 여부는 그 이름처럼 '민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여야의 내년 예산 바로잡기 논의가 돌고 도는 '남의 탓' 논쟁에 빠져들기 십상인 사태의 원인 규명에 공을 들이기보다 졸속 처리의 구체적 허점을 메울 실질적 방안에 치중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졸속 처리의 멀고 가까운 원인에 대한 여야 나름대로의 점검과 반성은 실질적 보완책을 다듬는 과정에서 상대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의 바탕으로 삼을 만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런 기대는 일단 빗나가고 있다. 민주당이 어제 국회에 제출한 '예산 날치기 의결 무효 및 수정 촉구 결의안'은 제도적 근거가 없어 현실화하기 어렵다. 헌법과 국가재정법에 따른 예산(안) 편성권은 행정부 고유의 권한이다. 의결된 예산이 집행되기도 전에 곧바로 추경예산 편성에 들어가는 것도 법적 제한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강행 처리나 '형님 예산'에 대한 비난 여론을 살려나가려는 정치공세가 돋보인다. 4대강 관련 예산의 대폭 삭감 주장도 마찬가지다.
예산 파문에 당황한 정부가 실질적 예산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고, 누락 예산을 복원하기 위한 방법론 논의도 활발하다. 이번만이라도 여야가 민생만 염두에 두고 실용적 논의에 매달리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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