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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 2부 (6) 다문화 가정 지킴이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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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 2부 (6) 다문화 가정 지킴이 현대자동차

입력
2010.12.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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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에 대해 알아 볼까요?”

2일 오전 경기 안산시 원곡동 안산이주민센터내 ‘코시안(코리아+아시안)의 집’. 여느 유치원과 다를 바 없는 곳에서 수업이 한참이다.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의 피부색은 각양각색이다. 33명 어린이의 부모 국적은 10개 나라나 된다. 중국과 몽골은 물론이고 파키스탄, 러시아, 아프리카의 콩고도 들어 있다.

유니스(6)가 마늘이 그려진 왕관을 쓰고 앞으로 나가 노래를 부른다. “배추가 있어도 내가 있어야 되죠. 싱싱하고 하얀 마늘이 있어야죠.” 유니스가 머리에 쓴 왕관을 가리키며 율동을 하자 친구들이 박수로 화답한다. 3년째 코시안의 집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임경란(38) 교사가 “이렇게 여러 재료가 합쳐져 맛있는 김치가 만들어 진다”고 말하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유니스의 부모는 콩고 출신이다. 아버지 프래드릭(41)씨는 2004년 내란이 끊이지 않는 고향 땅을 버리고 한국이라는 낯선 곳을 찾았다. 3년여 고생 끝에 2006년엔 난민 지위를 얻었다.

부부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 38만원 월세로 살며 유니스와 자스퍼(4) 두자녀를 키우고 있다. 늘 불안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지난해 간신히 부부가 함께 반월공단에 일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이들을 맞길 곳이 없었다. 피붙이 한명 없는 처지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비싼 어린이 집을 보낼 수도 없는 처지. 이때 손을 내민 곳이 ‘코시안의 집’이다. 난민 시절부터 프래드릭 부부를 봐 왔던 김영임 코시안의 집 원장이 도움을 제안한 것이다.

프래드릭 부부는 오전 7시면 어김없이 두 아이를 이곳에 맡기고 반월공단에서 일을 마친 오후 8시께 다시 데려 가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다행히 유니스는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좋고 한국말도 잘한다. 유니스는 “친구중에서 코코(필리핀ㆍ6)가 제일 좋아요. 코코는 재미있어요”라며 “오늘은 선생님과 동화책(청개구리)를 읽는 날”이라고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코시안의 집’에는 5세 이하의 어린이를 돌보는 유아반도 있다. 이날 몽골 엄마 오동채랭(33)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에보나(5)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았다. 오동채랭씨는 2000년 한국에 왔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평택대)으로 석사 취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테리어 일용직으로 일하는 남편을 돕는다.

이들은 다른 외국인 이주민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부부가 모두 한국말이 유창하기 때문이다. 비록 60만원 월세지만 안산에 32평짜리 아파트에 산다. 한때 오동채랭씨 부부는 몽골로 되돌아 가는 것을 고민하기도 했다. 딸 에보나가 한국에서 차별을 받으며 크지나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기우였다. 에보나는 몽골말은 물론 한국말도 잘한다.

오동채랭씨는 “돈을 벌고 공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에보나가 힘들어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지금처럼 학교에서 잘 지낼 수 있으면 더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코시안의 집’이 문을 연 것은 1997년. 코시안 가정의 영유아 보육을 목적으로 안산이주민센터에 설립됐다. 현재 유아 33명과 초ㆍ중ㆍ고생 40명이 다니고 있다.

동심이 사회의 차별에 상처 받지 않도록 한글교육과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교육과정이 짜여 있다. 한글학습은 대부분 교사와 아이의 일대일 맞춤식 수업으로 이뤄진다. 가정 환경에 따라 우리말 구사 능력이 천양지차인 탓이다. 또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와 중간에 입국한 아이들간의 언어 능력도 다르다. 이때문에 7명의 교사는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점심, 저녁과 간식을 챙기는 일도 쉽지 않은 일. 영양과 아이들의 선호를 잘 맞춰야 하는 것은 물론 아이 가정의 ‘종교적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이슬람 가정 자녀도 있어 돼지 고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 한달에 몇 차례 부모들이 자기나라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대접하는 시간을 갖는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코시안의 집’은 한때 재정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2005년 현대차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원을 결정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현대차는 교사 월급과 임대료, 식비 등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교사들의 바람은 한결 같다. 아이들이 구김살없이 성장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것이다.

김영임 원장은 “배경이 다양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다보니 해당 나라의 역사, 문화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곳에 온 아이들의 가정은 모두 절박한 사정이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들만큼은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는게 교육 목표 중 하나”고 강조했다.

안산=글ㆍ사진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 현대자동차의 다문화 가정 지원활동

"고향에 갈 수 있다니 꿈만 같아요" 지구 반대쪽 나라 페루에서 시집온 이루이사(40)씨는 요즘 어린아이 소풍 날을 기다리는 것처럼 내년 고향 방문 날짜를 손꼽아 세고 있다. 한국에 온지 12년만의 고향 방문이기 때문이다.

신고(辛苦)의 세월이었다. 전남편과 낳은 딸과 한국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세 딸, 이렇게 피부색이 다른 여섯 식구가 여느 가정처럼 웃음이 끊이지 않은 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와 폭력으로 이혼을 겪은 뒤 한국 땅에서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식당일을 하는 그에게 고향 페루는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땅이었다.

어느 날 행운이 찾아 왔다. 9월 현대자동차가 실시한 '다문화 가정 고향 방문지원 수기공모전'에 다른 19명의 사연과 함께 덜컥 선정이 된 것이다. 이루사이씨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어디선가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을 외국인 엄마들을 위해 기도를 하곤 한다"며 "'살아서 가 볼 수 있을까' 했던 고향 페루를 현대차 덕분에 밟아 볼 수 있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현대차는 글로벌 톱5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문화 가정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보육에서 의료, 각종 이벤트 등 지원도 다양하고 매우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기 안산 '코시안의 집'처럼 다문화 가정 자녀 보육시설과 의료비를 지원한다. 늘어나는 국내 외국인 노동자의 부담을 줄여주고 아이들이 차별 없이 성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5년부터 '코시안의 집'외에도 '베들레헴 어린이집'의 운영비도 전액 지원하고 있으며, 2007년부턴 오산이주노동자센터와 남양주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도 돕고 있다.

질병과 싸우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가족들에겐 의료비를 지원함으로써 삶의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의료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자녀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지 오래다.

매년 5월5일엔 큰 잔치를 연다. '이주민 자녀와 함께하는 어린이날 무지개 축제'다. 지난해엔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다문화 가정 800여명과 자원봉사자 150명 등 약 1,000여 명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뤘다.

뿐만 아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은 2008년부터 코시안의집 어린이와 함께하는 놀이동산 나들이, 이주민을 위한 목욕 봉사, 고궁 나들이 등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형과 누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다문화 가정 아동을 위한 예술심리치료사업을 후원하면서 '마음 치료'도 시도하고 있다. 차별로 상처받은 어린이에 대한 치료가 목적이다. 전문기관인 명지대 예술심리치료연구센터와 손을 잡았다. 임상 경험이 많은 예술심리치료사가 미술과 음악 등을 통해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는다.

현대차 사회문화팀 관계자는 "단순히 행사성 도움이 아니라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게 목표"라며 "차도 글로벌, 사회적 책임도 글로벌을 지향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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