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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문화 현장] <3>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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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문화 현장] <3> 영화

입력
2010.12.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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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과연 어떤 영화로 기억 될까.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의 신작 ‘황해’(22일 개봉) 등 기대작 여럿이 세밑을 장식할 예정이라 좀 이른 감이 있지만 국내 영화인 20명에게 국적과 무관하게 올해의 영화(개봉작 기준) 5편을 꼽아달라 했다. 영화를 만들고, 평가하고, 선정하는 게 일인 사람들이 엄선한 이 명단은 영화광에겐 관람을 재촉하는 일종의 독촉장이고, 일반 관객에겐 송년 안내장이나 마찬가지다. 명단에 오른 작품들을 챙겨보는 것도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하는 좋은 방법일 듯하다. 대부분의 작품을 DVD 등으로 만날 수 있다.

‘시’와 ‘인셉션’ 각축

올해의 영화 1위로는 이창동 감독의 ‘시’가 꼽혔다. 영화인 13명이 선택했다.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으나 삶은 진창인 60대 여인 미자(윤정희)의 질곡과 힘겨운 결단을 그린 이 영화는 관객 22만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그쳤다. ‘시’는 재복은 없었으나 상복은 있었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대종상영화제와 대한민국영화대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시’에 대해 “예술을 한다는 것이 아름다움과 기쁨뿐만 아니라 고통까지 껴안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지극한 탐색을 하는 영화”라고 호평했다. 영화평론가 황진미씨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가족주의를 넘어서 도덕적 결단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미학과 윤리에 대한 감독의 신념을 확고히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이주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흥행코드 관습에 사로잡힌 일련의 영화들 속에서 마음 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말했다.

2위는 11명의 선택을 받은 할리우드 영화 ‘인셉션’(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어느 사람의 꿈 속에 여러 사람이 들어가 의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관객의 상상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지금 지구상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상의 시각적 황홀경으로 관객들의 신경을 마취시키는 경이적인 블록버스터”라고 극찬했다. 영화평론가 김시무씨는 “꿈 속의 꿈, 또 그 꿈 속의 꿈으로 이어지는 무한 상상의 절묘한 내러티브를 갖췄다”고 밝혔다. ‘시’와 각축을 벌인 ‘인셉션’은 587만 관객을 부르며 올해 최고 흥행 외화의 자리도 차지하고 있다.

데뷔작으론 ‘김복남’ 가장 눈길

할리우드 3D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3’(감독 리 언크리치)가 3위에 올랐다. 장난감들의 포복절도할 좌충우돌을 그린 영화로 6표를 얻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속설과, 11년만에 나온 속편이라는 장애를 극복하고 호평을 얻었다. 영화전문주간지 무비위크의 송지환 편집장은 “이야기와 기술 모두 능가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더 재미있는 4편이 나오면 어쩌지?’하는 (괜한) 걱정도 들게 할 만하다”고 말했다.

4위는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하하하’가 차지했다. 경남 통영시를 배경 삼아 평범한 다섯 남녀의 별스러운 일상을 전하는 영화로 5표를 받았다. 박진형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조잔한 어른들에 대한 홍상수의 우화가 더 넉넉해지고 더 편안해졌다”고 평가했다.

5위에는 ‘이끼’(감독 강우석), ‘소셜 네트워크’(감독 데이비드 핀처), ‘의형제’(감독 장훈), ‘경계도시2’(감독 홍효숙),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감독 장철수)이 4표씩을 받으며 나란히 올랐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신인 감독 작품으론 유일하게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장철수 감독은 대종상 등 국내 각종 영화상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영화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는 “장르적이나, 영화적 관습을 배반하는 토속적 힘이 있는 영화”라고 밝혔다.

● 설문에 참여한 분

(가나다 순)

김난숙(진진 대표), 김시무 심영섭 오동진 전찬일 정지욱 황진미(영화평론가), 김영(CGV무비콜라주팀장), 김영진(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 박진형(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송지환(무비위크 편집장), 신유경(영화인 대표), 심재명(명필름 대표), 이상용 이수원(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주연(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 정상진(씨너스이수 대표), 조옥경(숲 대표), 지미향(에스앤엠코리아 대표), 채윤희(올댓시네마 대표)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말말말로 돌아본 영화계

다사다난했던 한 해, 영화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러 화제와 추문과 영예가 스크린 안팎을 휘돌았다. 영화인의 말을 통해 2010년 충무로의 주요 장면들을 돌아봤다.

-한국영화 2년 연속 칸국제영화제 수상(5월24일)

“그 어떤 상보다 언론과 평론가들, 관객들의 평을 최고로 생각한다… (판타지를 선호하는) 팀 버튼이 심사위원장이라고 했을 때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배우 윤정희, 출연작 ‘시’가 최우수각본상 수상에 그친 것을 아쉬워하며)

-잔혹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 표현의 자유 논란 일으키며 개봉(8월12일)

“영화가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던 일이 있었나 모르겠다. 일련의 과정(영상물등급위원회의 두 차례 등급보류 판정과 수정편집)을 거치며 영화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 그(관람등급 받는) 과정에서 내가 참사람이 됐다.”(김지운 감독, ‘악마를 보았다’ 언론 시사를 앞두고)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퇴임(10월14일)

“이런 큰 파티를 원치 않았다. 심려 끼치고 폐 끼친 듯해 죄송함을 금할 수 없다… 내가 할 일은 더 이상 없다… 내가 어디에 있든 한국영화를 사랑하고 성원하며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김동호 전 위원장, 부산 퇴임 파티에서 밝힌 소감)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해임(11월8일)

“영화진흥위원회를 맡고선 (어느 한쪽으로의) 편향과 (세력간의) 불통을 넘어 대안을 찾자는데 바탕을 두고 일했다… 누굴 편들기 위해 일한 적은 없다… ‘타진요’ 사건과 영진위 사태는 닮았다 생각한다.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게 문제다.”(조희문 전 위원장, ‘독립영화지원심사 외압’ 시비에서 비롯된 해임은 부당하다며)

-꽃미남 배우 원빈 남우주연상 휩쓸며 충무로 간판 부상(11월)

“존경하는 선배님들 앞에서, 내가 이 자리에 서야 한다는 게 정말 꿈만 같고 또 어렵다… 정말 외롭지 않은 배우로 살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팬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배우 원빈, 대한민국영화대상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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