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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이유로 수혈수술 거부… 2개월 딸 끝내 숨져

입력
2010.12.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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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혈 시행" 법원 판결도 어기고 병원 옮겨"부모의 종교적 신념이 생명권 침해" 논란

부모가 종교교리에 어긋난다며 무(無)수혈 수술을 고집,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생후 2개월 된 영아가 결국 수술을 받지 못하고 숨진 사실이 12일 확인됐다.(본보 10월22일자 11면 참조) 부모의 종교적 신념이 아이의 생명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9월6일 선천성 심기형 상태로 서울아산병원에서 태어난 이모양. 병원 측은 수혈수술이 필요했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수혈을 금기시하는 여호와의증인 신도인 부모는 이를 거부했다.

병원 측은 이에 따라 10월21일 법원의 진료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명령까지 받아 수술을 강행하려 했다. 이마저 물리친 이양의 부모는 아이를 서울대병원으로 옮겼고, 이양은 1주일여만인 같은 달 29일 숨졌다. 이양의 부모는 같은 질환을 무수혈 수술로 치료한 적이 있다며 서울대병원으로 옮겼지만 정작 이양은 수술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패혈증으로 알려졌다.

종교교리와 생명권의 접점에서 빚어진 비극으로 인해 법적인 논란도 일고 있다. 헌법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이를 침해 받지 않을 권리가 누구에게나 인정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생명권은 다른 기본권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게 그간 법원의 판단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의 진료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은 서울동부지법도 이 같은 취지로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과거 대법원은 이양과 비슷한 사안에 대해 "유기치사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1980년 9월24일 자신이 믿는 종교 교리에 어긋난다며 장출혈 증세가 심한 11세 딸에 대한 수혈 치료를 거부한 어머니에게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의사가 권하는 최선의 치료방법인 수혈을 거부, 환자를 숨지게 할 권리는 없다"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혈 수술이 구명(救命)에 직결되는 요소인지 여부가 법적 판단의 핵심"이라며 "해당 수술을 받지 않으면 딸이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부했다면 유기치사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양의 병원이관에 관여한 오두진 변호사는 "반드시 수혈수술을 해야 한다는 인과관계가 불분명하고 서울대병원에서는 무수혈 수술로 완쾌된 사례가 있었다"며 "최선의 치료방법을 찾기 위한 부모의 선택이지 치료를 포기하고 방치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양 아버지도 "아이는 심장질환과 무관한 패혈증으로 숨졌으며 아산병원이 법원에서 말한 것처럼 수술이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고 오히려 심장이 안정을 찾은 상태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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