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줄곧 소외돼 왔던 증권주가 꿈틀대고 있다. HMC투자증권(14.52%) 삼성증권 (12.50%) 우리투자증권(10.73%)은 이달 들어서만 10%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94%)을 3~5배나 웃도는 수치. 특히 기관투자자가 이달에만 1,172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을 이끌고 있다.
증권주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4분기 들어 증시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확연히 증가했기 때문. 6월 8억400만주까지 떨어졌던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이달 들어 11억2,440만주로 증가했다. 8월 하루 평균 6조5,000억원에 머물던 거래대금도 4분기 들어 8조원을 넘어섰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비중이 큰 국내 증권사 수익구조 상 거래대금 증가는 증권사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10년간 증권주의 월별 주가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의 월별 수익률이 모두 5% 이상으로 다른 달에 비해 월등히 높았는데, 이는 연말 연초에 전통적으로 증시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올해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 가능성도 높아져 분위기가 더욱 달아 오른 상태다.
펀드 환매가 주춤해지면서 투신권의 매수 여력이 살아나고 있는 점도 호재. 코스피지수가 올해 9월 이후 계단식으로 상승하는데도, 펀드 환매 규모는 9월 3조원, 10월 1조6,300조원, 11월 1조2,700억원으로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유주형 연구원은 "지수가 높아지는데도 펀드 환매가 감소하는 것은 지수 상승의 힘이 견고해지고 있음을 뜻한다"며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증권업종 가운데 어떤 종목을 골라야 할까. 현대증권 이태경 연구위원은 "거래대금 증가, 배당 등 단기적으로 본다면 전체 매출에서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이 높은 증권사가 좋고, 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자산관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닌 증권사를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런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단기로는 키움과 대신, 현대증권이 유리하고, 장기적으로는 삼성,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 등이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 유주형 연구원도 "증권주 여건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동시에 3월 결산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기도 12월"이라며 "우리투자와 대신, 한화, 현대증권이 대표적인 고배당 증권주"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한 입장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증권주의 상승세는 업황개선 등 근본적 호재가 아니라, 연말 시즌에 맞춘 순환매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증권주에서 시장 수익률 이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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