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대 재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랐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지난 2년간의 주가 상승은 철저하게 국내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이뤄졌기 때문에 시장 진입 기회를 놓친 투자자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주가가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현재 시장을 버블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주가는 기업 이익과 금리의 함수이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 이익의 증가를 반영한다. 금리는 경제적 자원 배분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이다. 금리가 높으면 위험자산보다는 은행예금과 같은 무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게 된다.
2007년 10월 코스피가 2,000대에 도달했을 때 주가수익비율(PER)은 13.3배였다. 그렇지만 요즘 주식시장의 PER은 9.8배 수준이다. 기업이익 대비 고평가 부담은 2007년에 비하면 훨씬 덜하다. 금리를 고려해도 마찬가지이다. 2007년 10월의 금리(3년 만기 국고채)는 5%대 후반이었지만, 요즘은 3%대 초반에 불과하다. 늘어난 기업이익과 낮아진 금리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주가는 큰 무리 없이 지탱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단기 상승 속도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주가 상승의 동력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잇단 긴축 카드를 내놓고 있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월 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졌다. 반면 미국의 S&P500 지수는 지난주 말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은 중국의 긴축은 경계하고 있지만, 미국 경기 회복이 글로벌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최근 높아지는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는 거의 정책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줄곧 주장했던 실업수당 지급 연장안도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모두 경기 회복에 우호적인 조치들이다. 세금을 깎아주고, 정부의 이전지출을 증대한다는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재정건전화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돈을 쓸 여유가 있다면 적절한 감세와 재정지출 유지는 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 재정은 그리 여유롭지 못하다.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더 걷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최근 미국 금리의 급등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한 긴축에 여념이 없고, 미국은 취약한 정부 재정의 희생을 통해 성장을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2,000선을 넘을 있겠지만, 안착은 내년의 과제로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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