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산업ㆍ도시화에 따른 인구과밀, 환경훼손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71년 도시계획법에 따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제도가 만들어진 지 내년으로 40년이 된다. 하지만 제한된 토지의 효율적 이용, 특히 서민주택건설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선 이제 그린벨트를 좀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미래 세대를 위해선 ‘안전지대’로서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계속 충돌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해 수도권 그린벨트를 계속 해제함에 따라,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는 모습니다.
1971년부터 1977년까지 지정된 전국의 그린벨트는 5,397.11㎢로, 전체 국토의 5.4%. 공유지는 물론 사유지까지 강제로 그린벨트로 묶이며 당시 지역주민들의 원성과 불만도 컸지만, 사실 고도성장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라도 녹지를 보유하고 환경을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그린벨트의 역할이 컸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산업용지와 주택공급을 위한 택지마련에 있어 한계에 부닥친 정부가 친환경 공영개발이나 국민임대 건설 등을 내세워 30년간 지켜져 온 그린벨트를 2000년부터 해제하기 시작하면서 2009년 말까지 전체 그린벨트의 27%(1,471.86㎢) 이상이 해제됐다.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올 8월 현재 124.78㎢가 그린벨트에서 풀렸고, 현재 남아 있는 대도시권의 그린벨트도 2020년까지 대거 해제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의 ‘2020 권역별 광역도시계획’에 따르면 ▦수도권 135.30㎢ ▦부산권 38.90㎢ ▦대구권 22.10㎢ ▦울산권 25.50㎢ ▦대전권 27.60㎢ ▦광주권 23.70㎢ 등 총 295.52㎢의 그린벨트가 2020년까지 풀린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후대에 쾌적한 생활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남겨둬야 할 땅일까, 아니면 공공개발에 필요한 땅을 공급하기 위해 이젠 과감히 풀어야 하는 공간일까. 양쪽의견을 들어본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 그린벨트 해제하지 말라
"도심 토지 이용 극대화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이라 본다. 꼭 필요한 개발이고, 또 거기에 땅이 필요하다면 상당 수준 훼손됐다 하더라도 그린벨트를 풀기보다는 먼저 수도권 도심 내의 개발 밀도를 높여…"
풀어야 할지 아니면 존치해야 하는 가에 대한 갑론을박에 앞서, 먼저 그린벨트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한가지 사실을 먼저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린벨트는 전원도시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에베네저 하워드(1850~1928)가 도시의 활력과 농촌의 자연을 결합한 전원도시를 제안한 데서 출발하는데, 그가 제안한 그린벨트의 도입 취지를 바로 이해한다면 그린벨트를 어떻게 보고 다뤄야 할지 답이 나올 것 같다.
하워드가 제안한 그린벨트는 도심의 토지를 최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당초 그린벨트라는 개념은 단순히 자연의 훼손을 막기 위한 물리적 안전장치 차원을 넘어, 기존 도심지를 밀도 있게 개발하자는 데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1차적으로 도심지를 최적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해 외곽으로 번질 개발압력을 낮춘 뒤, 2차적 개념으로 물리적인 도시의 확장을 막고자 했던 개념이란 얘기다.
실제로 토지세 강화가 도심 토지이용을 극대화해 주변 자연녹지 및 농지를 보호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외국의 사례도 있다. 토지에 대한 세율은 높이고, 건물분 세율은 낮춘 세율 차별화 정책을 실시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해리스버그가 바로 그렇다. 토지에 대한 세금을 올리니 조세자본화(세금에 대한 부담이 가격에 반영되는 것) 효과로 땅값이 낮아지게 됨으로써 개발희망자들이 토지를 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되고, 토지 매입자들은 높아진 토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발밀도를 높여 단위면적당 토지이용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결국 외곽으로 번질 수 있었던 개발압력을 도시 내부에서 흡수해 외곽으로의 난개발은 자연스레 줄어드는 선례를 보여줬다.
우리나라 역시 자연보존의 취지에서 1971년 처음 그린벨트를 도입한 이후 40년 가까이 유지해오고 있지만, 뜯어보면 도입에서부터 해제에 이르기까지 확고한 원리원칙은 없어 보인다. 물론 그린벨트 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환경평가 3~5등급 지역 ▦면적 규모 20만㎡ 이상 ▦산지의 경우 표고 70㎙ 이하 지역이라는 제한 등은 갖추고 있지만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사업 앞에서는 이런저런 조건으로 허물어지곤 한다.
최근 상황만 보더라도 수도권 미분양 주택이 2만9,334가구로, 1995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보금자리주택으로 대변되는 서민주택 공급 명목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서두른다. 또 지방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토지소유자는 생계 명목으로, 심지어 투기꾼들은 투기를 위해 기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데 각각 열을 올리고 있다. 그로 인해 보호돼야 할 수도권 일대 자연이 파괴되고 있으며, 원주민은 40년간 재산권 행사를 박탈당하다가 이제는 토지를 수용 당하고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쫓겨나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아무도 그린벨트를 정말로 해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앞서 예로든 도심 토지 이용 극대화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이라 본다. 꼭 필요한 개발이고, 또 거기에 땅이 필요하다면 상당 수준 훼손됐다 하더라도 그린벨트를 풀기보다는 먼저 수도권 도심 내의 개발 밀도를 높여 그린벨트 해제 압력을 낮추는 것이 미래를 위해 보다 합리적이다. 지금부터라도 현명하게 그린벨트를 관리한다면 환경 보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뿐 아니라, 환경 덕분에 그린벨트의 가치까지 상승해 해당 지역 주민의 재산권이 증대하는 이중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제는 그린벨트가 훼손됐다 해서 무조건 해제하기보다는, 축사 공장 비닐하우스 등으로 훼손된 그린벨트를 발전적으로 고쳐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그린벨트 내 거주자만이 아니라, 정부와 도시민들도 자연환경의 지속적인 보존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린벨트는 한 세대가 모두 활용할 땅이 아니라 후손에게 잘 보존한 채로 남겨줘야 할 귀중한 우리의 유산인 것이다.
조성찬 토지+자유연구소 전임연구위원 겸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
■ 그린벨트 선별해 풀어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대한 논란은 1971년 수도권에 처음 지정되면서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그 동안 부분적 해제가 있어왔으나, 이번처럼 저렴한 주택공급(보금자리주택)을 위해 대규모 해제가 계획되기는 처음이다. 그린벨트 도입 또한 당시 대통령의 특별한 의지에 의해 이루어졌듯, 그린벨트의 대규모 조정 또한 대통령의 의지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국내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따른 문제점들이 부각되면서, 특히 수도권에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그린벨트의 추가적인 해제가 필요한가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린벨트에 대한 논란은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었다. 초기의 그린벨트 유지에 대한 목적이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과 연담화 방지, 이를 통한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였다면, 최근의 논란은 환경보전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생한 현상을 보면 그린벨트의 유지가 제시되어 왔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결과적으로 그린벨트를 통해 수도권 인구집중을 억제하지는 못했다. 반면 그린벨트를 뛰어넘은 신도시 개발이나, 준농림지 난개발 같은 개구리 뜀뛰기식의 개발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통근거리나 늘고 차량 이용이 증가했는데, 그린벨트 내 가용지를 이용했다면 가능했을 압축형 개발에 비해 교통혼잡 및 대기오염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했다. 또 그린벨트 내 이용 가능한 토지를 방치하는 바람에 도시 외곽의 보전될 수 있는 토지가 훼손되는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이렇게 보면 그린벨트가 수도권 전체의 환경 보존에 기여했는지도 분명치 않다.
우리가 그린벨트라고 통칭하는 곳은 매우 광대한 지역이다. 단순히 풀 거냐 말 거냐를 동일선상에서 논의할 수 없는 상당히 이질적인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대부분은 산악지형으로 시민들의 위락공간으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으나, 부분적으로는 이미 훼손된 곳이고 보전가치보다는 개발가치가 높은 지역들도 있다. 문제는 그런 지역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그린벨트 문제에 대한 핵심적인 판단은 그린벨트의 부분적인 해제를 통한 개발을 추가적인 개발로 보느냐, 아니면 어차피 요구되는 도시 외곽의 녹지를 훼손하는 개발의 대체적 개발로 이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을 보면,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공간적으로 무리하게 확산된 신도시 개발로 인한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다. 결국 그린벨트의 막연한 보전이란 공짜가 아니라 대안적인 선택과 비교하여 적잖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은 녹색성장이 주요한 사회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녹색성장 및 지속가능한 도시의 모습은 가능한 에너지의 사용과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도시이다. 과거의 도심으로부터 30㎞ 이상 떨어진 지점에 신도시를 지어, 사람들로 하여금 하루 2~3시간을 통근하게 만드는 대도시권의 모습을 미래에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 그 대안은 대중교통의 이용률을 높이는 압축도시가 된다. 결국 추가적인 개발의 최적지는 고용중심지에 근접한 지역의 대중교통의 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개발형태이고, 그 일차적인 후보지가 그린벨트 내 보전가치가 낮고 개발가치가 높은 지역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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