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비판론과 자성론이 쏟아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당초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라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와 템플스테이 지원 등 중점 사업 예산 누락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예산안 강행 처리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사업 예산이 1,400억원 이상 확보된 데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8일 예산안 표결에 불참했던 이한구 의원은 10일 전화통화에서 “증액 예산을 충분히 반영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사이에 ‘형님 예산’만 챙긴 것처럼 알려지자 다른 지역구 의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며 “서민복지 예산은 빠뜨리고 실세 예산만 챙긴 것으로 비친 것은 한나라당에게는 엄청난 악재”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는 당 지도부에서도 터져 나왔다. 친이계의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날 “(실세들이) 솔선수범하고 희생해야 하지만 결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얘기했으면 선공후사(先公後私)를 해야 하는데 이번 상황은 선사후공의 대표적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의 서병수 최고위원은 “일반 의원들의 볼멘소리가 많은 것 같다”면서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쪽지를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에게 건넸지만 계수소위 위원들이 (실세들의 예산 등) 큰 것만 챙기면서 이 같은 상황이 생긴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강행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예산 부실 심사와 당 지도부의 실무자 문책론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여당의 한 당직자는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 예산이 늘어난 데에는 불가피한 요인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비판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면서 “형님 예산은 챙기고 민생 예산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나오는 것은 여권에 엄청남 부담”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므로 실세 의원이 더 예산을 챙겼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개혁 성향의 초선 모임인 ‘민본21’의 공동간사를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예산안을 서둘러 처리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해 꼭 처리해야 할 사업이 누락된 것”이라며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정욱 의원도 “예산안 단독 처리로 인해 국민의 거부감과 실망감이 엄청나다”면서 “한나라당 구성원 모두가 반성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현정부는 과거 정부와는 달리 민심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결국 나중에는 여당이 부담을 다 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한구 의원도 실세 예산 챙기기와 관련 “애꿎은 실무자가 알아서 챙겼다기 보다는 결국 청와대 등이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책임을 따진다면 소재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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