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 진출한 한국 의류회사 영원무역의 치타공 지역 공장에서 촉발된 섬유 노동자들의 폭력시위가 이틀째 이어져 4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부상했다. 영원무역은 남동부 치타공 수출가공단지와 수도 다카에서 공장 17곳을 운영하는 방글라데시 최대 의류회사다.
12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치타공과 다카에서 일하는 3만6,000여명의 이 회사 노동자들이 11일 오후부터 업무를 중단한 가운데 치타공 수출가공단지 노동자 수 천명이 각목과 벽돌을 들고 거리로 나와 경찰과 충돌해 수십 명이 부상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가 치타공의 영원무역 공장 11곳을 공격해 창문과 컴퓨터, 가구, 장비 등을 파괴했으며 회사 관리자 최소 두 명을 폭행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17개 모든 공장에 대해 무기한 직장폐쇄를 결정하자 격분한 노동자들이 이튿날 12일 오전부터 한층 격렬한 시위에 나서면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늘었다. 현지 언론 데일리스타는 "직장이 폐쇄된 사실을 몰랐던 노동자 1만여명이 출근했다가 폐쇄 결정문을 보고 시위에 나섰으며, 다른 공장 노동자들이 합세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이날 치타공 내 다른 공장을 공격, 약탈하고 도로를 점거해 교통을 마비시키는 한편 현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 3명을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스타는 현지 경찰의 말을 인용해 치타공에서 2만여명이 시위에 나서 섬유노동자와 인력거 기사 각각 한 명과 신원불명의 두 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사망자 모두 총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진압에 나선 경찰들도 수십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는 "시위 과정에서 현지인 직원 4명이 부상했으나 한국인 직원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날 밝혔다.
수도 다카에서도 노동자 4,000여명이 차량을 방화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다카 인근 독일 합작 의류회사 공장도 공격받는 등 과격 시위가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 7월 자국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의류산업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자 최저 임금을 월 3,000타카(약 4만9,000원)로 80% 인상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영원무역 측이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면서도 이에 맞춰 숙련 노동자의 임금은 올려주지 않고 있다며 반발해 왔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박탈감을 느끼는 숙련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던 중이었다"며 회사의 결정을 기다리지 못한 노동자들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노동계는 정부의 최저 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사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 영원무역은
아웃도어 의류 및 용품 제조업체. 국내 아웃도어시장 1위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의 판권을 보유한 것을 비롯, 나이키 등 30여개의 글로벌 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한다. 성기학 회장이 1974년 설립됐으며,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엘살바도르 등에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4,377억원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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