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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창의적 인재로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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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창의적 인재로 키우기

입력
2010.12.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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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딸아이가 어느 날 우울한 표정으로 학교에서 돌아왔다. 이유를 묻자 한 친구가 자기 그림을 보고 베껴 그렸는데, 다른 친구들이 그 친구에게 잘 그렸다며 칭찬해 주어 속이 상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그 친구는 종종 그림뿐 아니라 아이의 옷 입는 모양새까지 따라 해 딸 아이의 속을 긁곤 한다.

아깝게 노벨 물리학상을 놓쳤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는 걸 보면 우리가 키워낸 인재가 창의성의 대명사로 불리는 노벨 과학상을 타는 날이 먼 훗날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정부도 학생과 박사후 연구원 등 젊은 과학자들에게 투자하는 노벨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한다.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초등학교 때부터의 학교 교육을 보면 과연 우리가 미래를 여는 과학자들과 지도자들을 배출해내는 선도국이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남의 것을 베끼는 것에 너무도 관대한 우리 사회 분위기와 입시 뒷바라지라면 초등학생 때부터 부모가 나서서 숙제를 대신해 주는 일이 비일비재한 우리 현실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의 학교 교육이 백년지대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어릴 때의 습관이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홉 살 때부터 스스로 연구하고 자기만의 독창적 작품을 만들려 하는 아이는 커서 자신의 세계가 분명하고 남들이 풀어내지 못한 문제를 풀어낼 가능성이 많다. 현대 분자 유전학의 시조 격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남아공 출신의 영국학자 시드니 브레너는 자신의 지식은 강의에서 배운 것이 아니고 궁금해서 스스로 찾아본 것들이라고 했다. 진정으로 우리가 지속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낼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초등학교 때부터 숙제 하나라도 자기 손으로 하도록 하고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들은 결과가 좋은 것만 칭찬할 게 아니라 어설프더라도 자기 생각을 분명히 표현하고 스스로 연구하여 만들어낸 숙제들에 박수 갈채를 보내야 할 것이다.

연구를 하는 방법, 또 그 연구 결과를 글로 표현하고 남들을 설득시키는 법을 일찍부터 연마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는 성인이 되었을 때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경쟁해야 할 과학 선진국들은 초ㆍ중등학교 교육의 목표를 많이 가르치기보다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과 습득한 지식을 남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있다는 걸 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 궁금한 걸 적절히 물어보고 토론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학교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 모든 것들은 좋은 과학자가 되기 위한 덕목이다. 어쩌면 모든 분야의 좋은 지도자가 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아이가 정말로 남보다 잘하기를 바란다면 절대로 숙제를 대신 해 주거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제 해결 능력이야말로 남들이 풀지 못한 과학적 숙제를 푸는 데 가장 큰 무기요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미래를 경영하게 될까? 어설프게 시작하지만 스스로 부딪히고 생각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아이가 정말로 남보다 앞서기를 원한다면 쉬운 길을 가르치기보다 길을 스스로 개척하도록 비켜 있어 줘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한 가장 좋은 보험일지 모르겠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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