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하게 한쪽 방향을 향해 누운 물고기 비늘 중엔 거꾸로 박힌 비늘이 하나씩은 꼭 달려 있다고 한다
역린(逆鱗), 유영의 반대쪽을 향하여 날을 세우는 비늘 하나
더러는 미끼를 향해 달려드는 눈먼 비늘들 사이에서 은빛 급브레이크를 걸기도 하였을까
역적의 수모를 감당하며 의롭게 반짝이기도 하였을까
제 몸을 거스르는 몸, 역린, 나도 어찌할 수 없는 내가 나를 펄떡이게 할 때가 있다
십년째 잘 다니던 회사 때려치우고 낙향해 물고기 비늘을 털며 사는 친구놈의 얘기다
● 십여 년 남짓 고기 잡는 친구 배를 타며 바닷가에 살았건만 역린을 보지 못했다. 비늘은 한 방향이라는 고정관념에 매여 물고기들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한비자는 사람을 설득하는 어려움, ‘세난(說難)’ 편에서 용의 역린을 차용했다. 용은 유순하나, 턱 밑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인다고 하며, 용으로 상징되는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으니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 말아야 군주를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위의 시는 역린을 아킬레스건 차원을 넘어 능동적인 반성과 자각의 상징 차원까지 끌어올려 놓는다. 고정관념, 일방통행, 날치기, 이런 것들에 대항하는 빛나는 비늘 하나 그립게 만드는 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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