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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국과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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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국과 이스라엘

입력
2010.12.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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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지만 어떡합니까. 방법이 없는데."

사석에서 만난 한 외교관의 하소연 섞인 말이다. 천안함 사태, 우라늄 농축,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보고 하는 말이다. 아무리 이해관계가 걸렸다 하더라도 상식이나 원칙이라는 게 있을 텐데 중국이 저렇게까지 하늘로 손바닥을 가리려 할 줄은 몰랐다고 그 외교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외교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저렇게 생각하는데 하물며 국민의 감정은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미국의 최대 관심사 된 한반도

워싱턴에서 2년 반 가까이 생활하면서 이번처럼 한국과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끈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유력지에 하루가 멀다 하고 한반도 뉴스가 지면을 장식했다. 북한이 얘깃거리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들 신문이 1면 톱기사를 뭘로 채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알고 지내는 한 미국인은 한국이 어디 붙어 있는지조차 잘 모르지만, 연평도 사태 이후에는 간밤의 최신 뉴스라며 먼저 소식을 전해주려고 할 정도다. 그만큼 평범한 미국인들에게도 북한은 관심의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정작 주목하는 것은 중국이다. "이번에는 중국이 어떻게 나올 것 같으냐" "중국은 왜 북한을 그렇게 감싸느냐" 등의 많은 질문을 해온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제 유일한 초강대국이 아니다"라며 추락한 미국의 신세를 '한탄'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느끼는 무력감은 행정부로 가면 더 심각하다. 로버트 죌릭 세계은행 총재는 중국을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라는 말로 정의했으나 이 말 속에는 중국이 책임있게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중국이 책임있게 처신해주기를 바라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요즘 들어 이런 기대마저 버린 듯하다. 적어도 북한 문제에서는 그렇다. 미 언론에서는 올해 한반도 사태가 미중관계의 역학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결정적인 순간(defining moment)'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먼 훗날 중국과 미국의 외교력이 역전된 출발점을 찾으라면 올해 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힘의 우위를 상실했다는 것은 한국에도 큰 과제를 던진다. 과거에는 미국에 의지해 대북 문제에서 주도권을 장악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미국도 든든한 배경이 되지 못한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로 야기된 혼란스러운 외교전이 이를 증명한다.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 공고해졌다고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달라진 힘의 구도를 생각하면 이 또한 액면 그대로 믿을 것이 못 된다. 미국과의 양자 현안을 따지자면 중국은 한국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ㆍ중의 포괄적 공동이익을 위해 한반도가 거래의 대상이 되는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국과 같은 만성적인 안보위협을 달고 사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사방이 중동의 적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특성을 보면 한국보다 더 불안정하다고 할 수 있다. 예루살렘을 가 본 사람이면 도시를 무겁게 짓누르는 자살폭탄 테러의 공포가 무엇인지 실감한다. 그런 이스라엘이 생존하는 방법은 '자위'이다. 미국이라는 맹방이 있지만, 이스라엘은 미국에 맹목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미국이 배신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안보를 지키는 데는 미국도 충분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동국가들이 이스라엘을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도 제지하지 못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결연함이다. 미국의 중동정책을 쥐고 흔드는 이스라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황유석 워싱턴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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