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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미제사건 연내 처리 잰걸음… '출구'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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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미제사건 연내 처리 잰걸음… '출구' 찾을까

입력
2010.12.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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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다가오자 검찰은 굵직한 사건을 연내 처리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1년9개월째 캐비닛에서 먼지를 덮어쓰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 그림로비 의혹 사건이나 고소인 조사만 끝내고 수개월이 지난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고소사건 등은 수사에 아무런 진전이 없어 검찰이 수사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 계류 중인 대표적 미제사건은 한 전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특수2부에 배당됐지만 부장검사가 세 차례 바뀔 동안 사실상 방치돼 왔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청장이 미국으로 출국하는 바람에 검찰로서도 달리 방도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 전 청장이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등 정권 실세들에게 골프접대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져 일각에선 정권 차원의 기획출국설도 제기해왔다. 미국 사법당국에 범죄인인도를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검찰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범죄인인도 청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18일 고소장이 접수된 조 청장 사건은 고소인 조사가 끝난 지 100일 가까이 되도록 조 청장에 대한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방식은) 결정된 것이 없고 계속 수사 중"이라며 석 달 전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고소 취소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 유족의 변호를 맡은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 청장에 대한 (고소인의) 처벌의지는 확고하다"며 "검찰의 수사 지연에 대해 금명간 항의 표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로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지난 7월 초 총리실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에 대해 "회삿돈을 횡령해 전 정권을 지원했다"고 주장하며 수사 의뢰한 사건도 조사부에서 잠자고 있다. 검찰은 진정인 측 조사만 한 뒤 아직 김씨는 조사조차 않고 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최강욱 변호사는 "원래 지난 2일 조사를 하겠다고 검찰이 통보했는데 하루 전날 연기했고, 그 후 연락을 받은 게 없다"며 조속한 사건 처리를 당부했다.

일부 사건 수사는 최근 잰 걸음을 보이지만,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쳐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최근 천 회장을 구속했지만,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로비 의혹 등 관련 의혹들을 속 시원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MBC 일산제작센터 건설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한 특수2부도 MBC 전 부국장을 7월 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낸 뒤 그 윗선에 대한 수사는 진전이 없다. 검찰은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아직 끝난 사건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연내 처리는 힘들어 보인다. 같은 부에서 담당하는 고양 식사ㆍ덕이지구 도시개발사업 비리 역시 애초 제기된 정치권 로비 의혹은 연루자들이 침묵하고 있어 의혹으로만 남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검찰 내부문제가 변수로 작용한 경우도 있다. 신한은행 고소ㆍ고발사건을 수사중인 금융조세조사3부는 애초 11월말 처리를 목표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행장을 소환한 뒤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그러나 김준규 검찰총장이 일부 언론사와의 저녁자리에서 구속수사 방침을 흘리면서 수사팀이 고민에 빠졌고,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처리가 지연되면 외부에선 검찰의 수사 의지나 수사력 부족이라는 간단한 말로 지적하지만, 세상에 쉬운 수사는 없다"며 "수사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항상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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