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문체와 어려운 용어로 가득한 판결문을 판사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형제가 합심해 알기 쉬운 만화책으로 발간했다.
형인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이영창 판사(43ㆍ사법연수원 28기)가 판례를 정리해 글을 썼고, 동생 이영욱 변호사(39ㆍ연수원 34기)가 그림을 맡았다. 형제가 1년여의 노력을 들였다는 법률 만화책은 .
형제의 공동작품에는 사생활 보호에 관한 손해배상 책임, 양육비 청구와 부담범위, 유연의 효력 등 채권, 친족상속 관련 분쟁에 대한 대법원 판례 중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140개가 담겨있다.
이 변호사는 12일 “대법원 판례는 법조인인 제가 봐도 어렵고, 쟁점과 당사자 주장도 복잡해 이를 8컷 만화로 표현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작업의 고충을 토로했다. 형이 판례를 분석해 보내주면 이를 이 변호사가 만화로 정리하는 역할분담을 했는데 시간이 없어 주말과 밤 시간을 이용해 그리다 보니 1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형제의 공동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에도 형과 함께 을 펴낸 바 있다. “판결문이라면 일단 어렵다고 느껴지는데 이를 만화로 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싶었다”는 이 변호사는 “수익성이 있는 책은 아니라 같이 할 사람이 없던 차에 형이 부탁을 쉽게 응해줬다”고 공을 형에게 돌렸다.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낸 이 변호사의 전문영역은 지적재산권. 하지만 고려대 법대 재학 시절 만화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법보다는 만화에 먼저 입문했다. 그는 “원래부터 법보다는 만화에 관심이 많아 졸업 후 곧장 광고회사에 취업했다가 먼저 사법시험을 합격한 형의 권유로 다시 공부를 하게 됐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고시공부를 하면서도 고시생신문에 ‘고돌이 고시생일기’를 그렸다. 변호사로 개업한 후에도 만화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고 대한변호사협회 신문에 ‘변호사 25시’를 연재하고 있다.
법조인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자 ‘변호사’인 그는 “만화는 어려운 것을 간단명료하게 풀어 낼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만화 애찬론을 폈다. 이르면 이듬해 초엔 형법과 헌법에 관한 만화책도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욕심이 많다. “앞으로 청소년이나 어린이, 탈북자가 우리나라 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도 만들고 싶어요. 일반인뿐만 아니라 예비 법조인도 (만화)책을 통해 법에 쉽게 다가간다면 더 바랄게 없죠.”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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