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참치야, 사라지면 안 돼.”
멸종위기 생물로 유명한 수달이나 고래가 아닌, 캔(통조림)으로 익숙한 참치에 대한 보호 운동이 네티즌의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어 이채롭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운동을 벌이고 있는 환경운동연합(환경련) 바다위원회와 바다위의 사무국을 맡고 있는 경남 통영거제환경연합이 공동으로 만든 기부포털사이트에 네티즌의 모금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사라질 위험에 처한 바다생물 보존을 목표로 수달 고래 참치에 대한 사이버 모금 운동을 10월 7일부터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네이버 기부포털 해피빈에‘곧 멸종위기에 처할 저희 참치들을 지켜 주세요’란 제목으로 ‘멸종위기 친구들의 편지_참치 편’을 개설했는데 두 달 여 만에 1만1,158명이 참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네티즌은 사이버머니인 콩으로 100~200원씩 소액기부 릴레이를 펼치면서 12일 현재 880여만원을 기부했다.
당초 내년 10월까지 1년간 1,000만원 모금을 계획했던 바다위와 통영거제환경연합도 두 달 만에 목표액의 88%가 넘는 금액이 모이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먹거리로서의 인식이 강한 참치는 모금액이 다른 동물들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달(365만원) 고래(25만원)를 가볍게 눌러 관계자들은 더 크게 놀라고 있다.
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통영거제환경연합 황현진간사는“그다지 많은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져 깜짝 놀랐다”며“음식으로 친숙한 생선인 만큼 멸종위기에 대한 반응이 더 뜨겁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푼 두푼 모인 이 기금은 참치 보호 활동에 소중하게 쓸 것”이라고 네티즌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네티즌의 댓글을 보면 참치를 많이 먹는데 대한 미안함을 나타낸 글이 주를 이뤘다. 한 네티즌은‘매일 먹는 음식인 참치가 멸종위기일 줄은 몰랐네요’라고 놀라움을 표시하는가 하면 또 다른 네티즌은‘참치야 미안해. 내가 어제도 통조림으로 먹었어’라는 깜찍한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참치가 없어지면 뭘 먹고 살죠’ ‘내가 좋아하는 참치를 멸종시킬 수는 없다. 멸종이면 난 죽는다’등 참치 사랑을 표현한 댓글도 많았다.
바다위는 6년 전부터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 참치 남획을 금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참치 어장인 남태평양 솔로몬군도 일대에서 해상감시 활동을 벌이는 등 참치 보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윤미숙 바다위 부위원장은“현재 속도로 남획이 계속될 경우 2012년까지 산란 가능한 4년생 이상의 참치들이 대서양에서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또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주식인 참치가 줄어들어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참치 보호 운동은 참치를 전혀 잡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 참치가 자라는 속도와 개체 수를 고려해 어획량을 조정하자는 것”이라며“중서태평양수산위원회(WCPFC)등 국제 수산관리 기구들이 제시한 어업국 간 쿼터제 도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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