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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동시 연재소설 ‘비즈니스’ 낸 박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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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동시 연재소설 ‘비즈니스’ 낸 박범신

입력
2010.12.1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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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범신(64)씨가 장편소설 <비즈니스> (자음과모음 발행)를 냈다. 이 소설은 출간에 앞서 국내 계간 문예지 '자음과모음' 2010년 가을호와 겨울호에 두 차례 연재됐고, 중국의 격월간 문예지 '소설계' 2010년 제5기(10월호)에도 전재됐다. 두 문예지가 진행한 '한중 작가 장편소설 동시 연재'에 박씨와 함께 참여한 중국 작가 장윈(裝韻)씨의 <길 위의 시대> (자음과모음 발행)도 함께 출간됐다.

박씨의 이번 소설은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여자와 부잣집을 털며 세상에 대한 울분을 표출하는 남자의 사랑을 다룬다. 17세 여고생을 향한 애욕에 몸부림치는 칠순의 노시인을 그린 전작 <은교> 만큼이나 파격적인 설정의 연애소설인 셈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는 강력한 사회비판 의식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보여준다. 소설 배경인 'ㅁ시'의 설정부터 그렇다. 중국과 가까운 해안 도시인 이곳은 강을 경계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비즈니스맨을 자처하는 시장이 신시가지 중심의 개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두 지역의 격차는 끝없이 벌어진다. 남녀 주인공이 사는 구시가지의 주민들은 아침이면 '신세기대교'를 타고 강을 건너 신시가지에서 허드렛일에 종사한다. 구시가지를 '짐승의 마을'이라 부르며 경멸하는 신시가지 쪽에서 강을 건너오는 것은 쓰레기와 산업폐기물을 실은 차량들뿐이다.

한때 인권변호사가 되려던 고시 준비생이었다가 거듭된 실패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남편을 둔 '나'는 외아들을 외국어고에 보내겠다는 일념으로 신시가지로 위장전학을 보내고 과외비를 마련하려 성매매를 한다. 스스로를 '비즈니스 우먼'이라 부르며 자조하는 그녀는 어느날 특별한 호감을 주는 고객을 만나고, 우연한 계기로 그가 신출귀몰의 솜씨로 신시가지 부자들을 떨게 하는 도둑 '타잔'임을 알게 된다. 강직성 때문에 오히려 동료들의 모함을 받아 경찰관 옷을 벗은 뒤 구시가지에서 횟집을 차려 재기하려던 그는 시장의 손바닥 뒤집기 식 개발정책 때문에 파산한 뒤 아내까지 잃고 자폐증 아들을 키우며 산다.

"이제 세상의 주인은 자본이고, 삶의 유일한 전략은 비즈니스"(53쪽)라는 비정한 사회에서 두 사람은 애틋하게 사랑을 키우며 실존의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하지만 빚 때문에 은행에 넘어간 횟집을 되찾을 자금을 마련하려 시장에게서 훔친 장물을 처분하려는 그를 위해 '나'는 공범 노릇을 하고, 결국 파국이 찾아온다.

박씨는 "이번 소설을 기점으로 사회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볼 생각"이라며 "자본주의적 폭력이 이토록 사람들을 유린하고 있는 데 대해 절실하게 발언해야 할 상황인데도 우리 문학에서 그런 발언이 유폐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중 문예지의 작품 교류에 대해서는 "양국 문학이 '직거래'로 작품을 교류하면서 그간의 문화적 격절을 뛰어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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