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굴욕.' 존 맥켄로, 피터 샘프러스, 앤드리 애거시 이후, 슈퍼스타가 실종된 미국 테니스의 현주소다.
현재 미국 테니스는 앤디 로딕(28ㆍ랭킹8위) 홀로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로딕도 2003년 US오픈 제패 이후 메이저대회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라파엘 나달(24ㆍ1위)과 로저 페더러(29ㆍ2위)의 양강 구도속에 '들러리' 역할에 머문다는 혹평도 나온다.
로딕은 실제 올 시즌 세계랭킹에서 10위권(13위)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나마 로딕이 메이저 대회 다음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ATP(남자프로테니스)1000 마스터스 대회에서 간간이 우승컵을 따내 미국 테니스의 체면치레를 할 뿐이다.
국가간 테니스 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미국의 랭킹은 현재 6위. 32차례나 이 대회 정상에 올랐고, 80년대 맥켄로에 이어 90년대 샘프러스와 애거시가 번갈아 가며 메이저 우승컵을 따낼 때와 비교하면 불과 10년 만에 처참한 몰락의 쓴맛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 테니스의 진짜 고민은 로딕을 이을 후예조차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존 이스너(25)와 샘 쿼리(23)가 그나마 10위권에서 버티고 있지만 이들 역시 챔피언에 오르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의 이 같은 고민은 10일(한국시간) 2011년 테니스의 월드컵 격인 데이비스컵에서 로딕을 앞세운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팀은 2010 데이비스컵에서 로딕이 빠진 채 이스너와 쿼리를 중심으로 진용을 꾸렸지만 월드그룹 1라운드에서 세르비아에 2-3으로 무너졌다.
로딕을 중심으로 2007년 데이비스컵 정상에 올랐던 미국은 '아 옛날이여'를 외치고 있는 셈이다. 짐 쿠리어 대표팀 감독은 "로딕의 데이비스컵 단식 성적이 31승으로 맥켄로(41승)에 이어 두 번째"라며 힘을 실어줬지만 로딕의 미국팀은 2008 데이비스컵 4강에서 스페인에게 1-4로 무너진 악몽도 있다. 당시 로딕은 단식 2경기에서 완패했다.
전문가들은 미국테니스가 이처럼 기력을 상실한 이유를 테니스 흐름으로 보고 있다. 주원홍 전 국가대표 감독은 "2000년대 후반부터 테니스 주도권은 유럽으로 넘어갔다"며 "그 중심에 스페인과 세르비아가 있다"고 말했다. 주 감독은 이어 "비외른 보리와 스테판 에드베리로 대표되던 스웨덴 테니스가 한때 왕좌를 유지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이었다"며 "그런 점에서 현재 미국 테니스는 공백기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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