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슈퍼박테리아, 어떻게 대처할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슈퍼박테리아, 어떻게 대처할까

입력
2010.12.10 12:06
0 0

국내 종합병원에서 NDM-1 유전자를 지닌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이 분리됐다고 보건복지부가 발표했다.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것이다.

NDM-1 CRE는 강력한 치료제인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로도 죽지 않는 초강력 박테리아로, 인도에 다녀온 유럽인에서 처음 분리됐다. 이후 성형수술 목적으로 인도에 의료관광을 다녀온 다수의 영국인에서 발견됐고, 인도 파키스탄 유럽 미국 호주 일본 등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세계 의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우리나라도 인도와 교류가 많아 진작부터 발견이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숨김 없이 감염관리 철저히

카바페넴은 다수의 항생제에 듣지 않는 내성균(耐性菌)에 의한 감염증 치료에 사용하는 중요한 항생제이다. 그런데 NDM-1이라는 항생제 분해효소를 생산하는 장내세균은 이 카바페넴을 분해해 무력화시키고, 이는 곧 효과적인 항생제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기적의 약'으로 불리던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 개발된 이후 70여 년이 지나면서 항생제 내성의 만연과 함께 항생제가 그 위력을 잃고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우려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항생제 내성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항생제의 무분별한 오ㆍ남용으로 내성균의 출현을 조장했고, 보건 인프라가 열악해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항생제 내성균에 맞설 대책은 1차적으로 내성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다. 다음은 내성의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다. 먼저 내성 발생을 예방하려면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물이므로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는 효과가 없다. 전문가의 진료를 통해 항생제가 필요한 질환을 올바로 진단하고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 받아야 한다. 처방 받은 항생제는 임의로 줄여 복용하거나 복용을 중단해서도 안 된다. 여기에 축산용 사료와 함께 사용되는 항생제의 양은 더욱 엄청나다. 항생제 오ㆍ남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의료계뿐 아니라 축산업계에도 중요한 공동의 과제이다.

내성균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NDM-1 CRE는 인도 등지에 의료 관광을 다녀온 환자에서 주로 분리됐다. 그러나 이번에 국내에서 발견된 내성균은 해외 여행을 한 적이 없는 환자에서 분리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매우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이미 국내 환자에게 슈퍼박테리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발생 가능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 활동을 유지하고 집단 발생하지 않도록 감염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항생제 내성균은 모든 병원이 갖고 있는 공통의 문제이다. 특정 병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NDM-1 CRE를 찾아낸 것은 적극적인 모니터링 활동의 결과이기 때문에 결코 그 병원을 비난할 일이 아니다. 내성균을 보고한 병원을 무턱대고 비난하는 풍조가 생기면 이를 감추고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드러나지 않은 내성균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에게 전파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어느 병원이든 주저 없이 드러내고, 사회가 함께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나치게 걱정할 것 없어

최근 보건 당국이 감염 관리를 강화한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내성균 관리를 위해서는 규제보다 실천적 정책과 의료기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내성균 치료를 위한 새로운 항생제 개발 투자 역시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

NDM-1 CRE를 포함한 대다수 항생제 내성균은 중증 환자나 면역이 저하된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키며, 건강한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감염될 가능성은 적다. 따라서 일반인이 슈퍼박테리아 감염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항생제적정사용 임상연구센터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